봉정사 대웅전 정면 (위)봉정사 대웅전 평면도(아래)
봉정사는 대웅전과 극락전을 중심으로 두 개의 축을 지닌 건축배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서측에는 극락전이, 동측에는 대웅전이 나란히 남향을 하고 있다. 흔히들 봉정사 하면 극락전을 일컬어 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극락전에 묻혀 그동안 대웅전은 세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던 봉정사 대웅전이 1963년에 보물 제55호로 지정됐다가 2009년에는 다시 국보 제311호로 승격 지정되었으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웅전은 1962년 해체 수리 때 기둥머리(柱頭) 아래 테두리처럼 불거져 나온 굽받침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판독하기 어려운 묵서명도 발견됐는데, 여기서 선조 34년(1601)에 서까래를 다시 거는 공사를 했다는 내용이 발견되었다. 또한 1999년 완전 해체 수리 시 발견된 법당 중창기에 의하면 1435년에 중창한 기록이 있어 적어도 대웅전 건립은 그 이전인 조선 초기나 고려 말의 건물로 추정할 수 있다.

대웅전의 건축규모는 정면 측면 모두 3칸이고 지붕 모양은 측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합각)지붕이다. 또한 구조적으로 기둥과 지붕 사이에 지붕의 하중을 기둥에 고르게 전달해주기 위해 만든, 흡사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머리 위의 무거운 물체를 받쳐 든 모양으로 가공한 공포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구조와 관계없이 설치된 고려 후기 이후의 다포식 건축양식이다.

대웅전 전면 기단위에 마루를 깔고 난간을 돌린 마치 일반 건축의 루(樓)마루 같은 것이 있다. 일반 주거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마루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찰건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대웅전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한 막돌기단을 높직이 쌓고 그 위에 난간을 돌린 마루를 깐 공간을 볼 수 있다. 다시 그 마루에서 건물 안쪽으로 들여다보면 실내 바닥은 기둥 사이에 장귀틀을 걸고 그 장귀틀에 직각 방향으로 건 동귀틀 사이에 마루널을 끼워 넣은 우물마루를 확인할 수 있다. 안쪽에 마루가 깔려 있는데 바깥쪽에 왜 마루를 또?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면 중앙 후면에 높은기둥(高柱)을 2개 세우고 그 기둥 사이에 불벽을 만들어 탱화를 걸었으며 그 앞에 불단을 만들어 석가모니불상을 중심으로 그 왼편에는 문수보살, 오른편에는 보현보살을 봉안 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불단 상부를 자세히 보면 우물 정자 모양의 격자형으로 만든 천장 일부를 한 단 더 높인 보개 천장을 만들어 닫집을 대신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 또한 매우 특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 내부 단청은 창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웅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봉정사하면 극락전 하던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앞으로는 봉정사 대웅전 건물 전면 기단위에 설치한 마루나, 내부 불단 상부의 움푹 들어간 특이한 닫집, 그리고 고색창연한 내부 단청까지 관심 있게 둘러볼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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