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자기 집을 침범하는 다른 종 개미라도 웬만하면 돌려보내고 최악의 적하고만 싸워 기력을 아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가 4일 보도했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학 과학자들은 종종 노예로 잡혀가는 T.롱기스피노수스 종 개미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이들이 자신들의 번데기를 훔쳐가는 노예사냥 개미들은 물고 찔러 죽이지만 그보다 위험이 덜한 종은 끌어만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행동생물학(Eth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개미들이 서로 다른 여러 종의 침입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 T.롱기스피노수스 개미 군집을 실험실에 옮겨 놓고 같은 종과 서식지가 완전히 다른 낯선 종, 같은 지역에 사는 친척이지만 경쟁자인 낯익은 종,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데기를 훔쳐 가 노예로 키우는 가장 위험한 종 등 4개 종의 개미들을 차례로 들여 보냈다.

노예사냥 개미들은 다른 개미 군집을 습격해 노예로 키울 번데기를 훔쳐오며 때로는 상대 집단의 여왕과 일개미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위험한 종이다. 잡혀간 번데기는 적의 집안에서 일개미로 자라나 적의 여왕을 돌보고 새끼를 키우며 먹이를 구해 오는 일상적인 임무에 종사한다.

관찰 결과 T.롱기스피노수스 개미들이 노예사냥 개미를 만나면 물어뜯고 찌르는 등 치열하게 싸우지만, 그보다 덜 위협적인 종과 마주치면 자기 집에서 끌어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미들이 적의 종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모든 침입자에 일일이 대응해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위협의 등급에 따라 각기 반응을 달리하는 편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법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