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기초의원들 회기불구 전당대회 참석 대거 상경

지역 시·군·구 의회 겉돌아… 시민들 “의정비 반납” 성토

4일 대구·경북의 개회 중이던 시·군·구의회가 텅텅 비었다. 의원들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러 서울로 갔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전당대회에 가는 건 나무랄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다루는 지방의회가 열리고 있는 중에 자리를 비웠다는 점이다. 의원들 스스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탄핵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전국 최고의 모범의회라며 `명품의회`를 자랑하던 포항시의회가 일탈에 앞장섰다. 지난달 20일부터 오늘(5일)까지 176회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전체 32명 시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 24명이 서울로 가 버렸다. 의원 75%가 자리를 비우자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 각 1명씩명과 무소속 5명 등 8명만 의회에 남았다. 의결정족수 부족으로는 이날 상임위 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우리를 뭘로 아느냐”고 분개했다. 일부는 개인활동에 의정비를 줄 수 없다며 반납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시민 A씨(47)는 “사정이 어쨌든 회기 중에 대거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의원들이 유권자는 무시한 채 공천권을 가진 한나라당에 줄서기에만 급급한 꼴이 보기 추하다”고 비난했다.

상임위 활동이 중단되자 야당 의원들도 매우 불쾌해 했다. B시의원은 “이것은 시의원이 스스로의 역할과 책무를 저버린 짓”이라고 했다. 포항경실련 이재형 사무국장은 “전당대회는 예정된 행사로 포항시의회가 정례회 일정을 수립할 때 이 점을 미리 감안해야 했다”며 “상경한 시의원들에 대해서는 회기일 중 하루를 빼고 의정비 역시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된 상주시의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주시의원 17명 중 한나라당은 12명이며, 그나마 양심이 있었던지 총무위 행정사무감사에 필요한 최소 2명만 남긴 채 10명은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1일 정례회를 개회한 김천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날 예정된 행감을 뒤로하고 전원 상경했다. 대구서구의회도 이날 정례회 개회를 1시간 앞당겨 9시에 서둘러 끝내고는 한나라당 구의원 9명이 상경했다. 정례회 중인 남구의회 한나라당 구의원 대부분도 상경했다.

다만 의성군의원들은 회기 중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2명을 제외한 대다수가 전당대회장을 찾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지방의회를 버려두고 중앙당 행사에 몰려다니는 지방의원들의 저런 행태는 정당공천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로인해 지방의원들은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지역 활동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이런 점을 주목해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불필요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점이다. 누구의 이익 때문에 저러고 있는지, 유권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데도 그러는 것이다. 올해로 재출범 20년을 맞고도 이렇게 표류하는 지방의회가 안타깝다.

/사회1·2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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