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수 있겠니` 한겨레출판사 刊, 김인숙 지음, 304쪽, 1만2천원

“사랑한다고 믿었다와 사랑한다의 사이에 차이 같은 건 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될 일이지만, 분명 그것은 같은 말이다.” (145~146p)

`바다와 나비``그 여자의 자서전``안녕, 엘레나` 등으로 여러 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인숙(48)이 신작 장편소설 `미칠 수 있겠니`(한겨레출판 펴냄)를 출간했다.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상실의 계절`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인숙은 거대 이념 보다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성차별과 성 모순의 현실, 이를 감당하는 여성의 내면에 천착하면서 공지영, 공선옥 등과 함께 90년대 여성문학의 주류로 여성문제를 초점화하거나 여성해방을 선보이며 한국 문단을 주도해 왔다.

이번 소설`미칠 수 있겠니`도 그 연장선에 있다. `미칠 수 있겠니`에서 작가는 살인과 지진 등 삶의 비루한 진창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의 숭고함을 이야기 한다.

이름이 같은 진과 진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 섬에 여행을 다녀온 후 한국을 떠나 섬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유진. 그런 유진을 섬으로 보낸 진. 유진을 보러 섬에 간 진은, 유진의 집에서 예전부터 써번트로 일하던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는 유진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놀랍게도 아이를 가져 볼록 나온 배를 가진 채.

섬의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드라이버 이야나는 우연히 개를 치어 죽인 날, 진을 만난다. 이야나는 그녀를 태우고 재래시장을 관광하고, 사람을 치료해주는 힐러를 만나러 가고, 진을 호텔에 내려다준다.

친구 만을 만난 이야나는 그녀와의 전화통화 후에 그녀가 여권을 자신의 차에 떨어뜨린 것을 알게 되고. 만은 이야나에게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다음 날 진과 이야나는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야나가 투계장에 가서 구경을 하는 사이,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해안가에 있는 타운에서 일하던 옛 약혼자 수니를 찾으러 가는 이야나에게 진이 구해달라는 문자를 보낸다. 진과 이야나가 극적으로 만나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고 파도가 서로를 덮친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진은 이야나와 함께 구호소에 가서 치료를 받고, 이야나는 수니를 찾아 다시 해안가로 간다.

이야나는 수니와 헤어지고, 섬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병원으로 가서 진과 다시 만난다. 진과 이야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7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서로 연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7년 전 감쪽같이 사라진 유진을 찾으러, 진은 유진과 함께 살던 옛집으로 간다.

집 앞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억하기 싫었지만 기억해야만 했던 일들이, 비로소 7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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