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호로 창간호를 발간한 계간 문학지 `ASIA`(발행인 이대환)가 창간 5주년 기념호로 2011년 여름호를 발간했다. 통권 21호까지 45개국 461명 작가들이 이 잡지에 필자로 참여했다. 모두가 아시아의 작가들은 아니다. 아시아 48개국 중에서 몰디브, 부탄, 브루나이, 아제르바이젠 등 6개국의 작품을 싣지 못했고 아프리카, 아메리카, 호주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ASIA`는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박태준)이 아시아펠로십 사업들의 하나로 선정해 `편집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 발간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창간될 수 있었으며, 창간호부터 현재까지 발행인 이대환(작가)과 방현석(작가, 중앙대 교수), 방민호(평론가, 서울대 교수), 김재용(평론가, 원광대 교수), 전승희(평론가, 하버드대 연구원)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ASIA`가 무엇보다 소중히 추구하는 가치는 `아시아의 문학을 통한 아시아의 내면적 소통이다. 이 정신은 발행인의 `창간사`에 잘 드러나 있다.

“사실 아시아의 언어들이 서로의 내면으로 대화를 나눈 경험은 아직까지 딱할 정도로 빈약하다. 상대의 언어 안에 피처럼 흐르는 정서와 영혼과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의 연대와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인류사회가 새롭게 기획해야 할 평화의 질서를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ASIA`는 어떤 힘의 중심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굳이 중심이란 소리를 듣게 된다면, 아시아의 다양성이 동등하게 만나고 섞이는 `소통의 중심`이란 평가를 가장 영광스럽게 받아들일 자세를 갖춰야 한다.”

지난해 여름호(통권 17호)에서 팔레스타인문학 특집을 꾸리는 등 중동 아랍권 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ASIA`는 이번호에서 그동안 교류해온 현지 작가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재스민 혁명`의 현지 작가 목소리와 아랍권 단편소설과 시로 아랍혁명의 특집을 꾸렸다.

우리나라에 구제역 광풍이 휘몰아치던 지난겨울,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예맨,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에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는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이 혁명을 주목했다. 그것은 한 국가를 넘어 `아랍`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뒤흔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국가` 차원의 단편적 분석에 머무르거나, SNS라는 새로운 매체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데 치우쳐, 혁명이 가진 정당한 의미로부터는 다소 먼 뉴스들이 한동안 이슈가 됐다. 이에 `ASIA`는 혁명의 주체인 현지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혁명을 아랍의 안과 밖의 시선으로 다시 고찰해 보고 있다.

이번 특집에는 인도 출신의 A. J. 토머스, 요르단의 파크리 살레, 이집트의 살와 바크르의 산문을 실어 그들이 현지에서 바라본 혁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글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에서 일어난 혁명의 생생한 모습들을 담고 있기에, 외부인이 바라본 것과 현지인이 겪은 경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글들과 함께 실린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의`중동 ― 격변의 역사와 그 문화`는 우리나라 일반 독자들이 중동이라는 지역을 만나는 데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이와함께 대담을 실었다. 아랍 세계에는 `바니팔(Banipal)`이라는 잡지가 있다. 이 잡지는 아랍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권 국가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수단에는 어떤 소설이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매체다. 현재 바니팔의 편집인으로 있는 사무엘 시몬과 안도현 시인이 중동의 민주화와 관련해 대담을 진행했다. 이 대담에는 영어권 국가에 아랍권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온 바니팔의 지난 여정과, 중동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세계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여러 작가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는 1988년 선정 발표문에서 이집트 작가 나기브 마푸즈를 위와 같이 소개했다. 현대 아랍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나기브 마푸즈와 그의 20년 후배 작가 가말 알 기타니의 인터뷰를 실었다. 나기브 마푸즈는 아랍 지역의 유일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게벨라위의 아이들`(1959)`도적과 개들`(1961) `미라마르`(1967)와 같은 문제작들을 발표했다. 이 인터뷰는 마푸즈의 93세 생일을 기념하여 진행한 것으로 심층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아랍 세계와 현대 문학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뷰 뒤에는 마푸즈의 소설 `제7 하늘`을 발췌 수록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집인 `제7 하늘`은 마푸즈의 생애 마지막 30년 동안 써진 중단편들을 가장 긴 작품에서 가장 짧은 작품 순으로 배열한 것으로, 이는 코란의 구조와 비슷하다. 부제로 붙여진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말하듯 사실주의의 관습을 초월한 작품들을 모았다.

이외에도, 아랍 현대 문학의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아도니스, 자히르 알 가프리, 사우키 사피그의 아름다운 시들을 실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아도니스의 시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프리, 사피그의 시는 하나의 놀라움이다. 엘리사 파르코, 이브라힘 알 코니, 살레 알 데임스의 소설은 영미권, 일본 소설에 익숙한 우리나라 독자들의 취향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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