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측 옛것 보전관리 어렵다며 추진
관광용 대체시설 필요-환경훼손 맞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토함산 석굴암 근처에 석굴암과 똑같은 제2석굴암 건립이 10여년 만에 다시 추진돼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화재 보존 및 관람 편의를 위해서는 건립이 필요하다는 당위론과 원형 보존론이 맞서는 것이다.

21일 문화재청과 경주시청·불국사 등에 따르면 최근 불국사 측은 경주시청에 제2석굴암 건립 계획서를 제출했다. 불국사측은 기존 석굴암이 보호막인 유리벽으로 차단돼 있어 습기가 차는 등 보존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어 관람용 모의 석굴암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 석굴암에서는 관람 공간이 12㎡ 정도 밖에 안 돼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석굴암은 일제에 의해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원형 복원 필요성 또한 제기돼 있는 상태다.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제2석굴암 건립에 대해서는 문화재청도 적극적이어서, 불국사 제안을 받아 내년도 예산에 사업비를 반영, 타당성 조사, 공청회, 학술대회 등의 절차를 거칠 계획까지 세웠다. 때문에 10여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어떻든 건립사업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주 지역 향토사학계, 시민단체, 관광업계 등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사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역 향토사가 A씨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에 대해 원형은 보전하면서 대체시설을 만들어 공개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며 일본 나라시의 고송총과 중국 둔황석굴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런 유적들에서는 본체 인근에 복제시설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관람시킨다는 것.

또 다른 향토사가 C씨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국보급 문화재를 접하는 시간이 1분도 채 안 돼서야 어떻게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 목적을 위해서도 1대1 구조의 대체시설이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사학자들은 주변 경관에 영향을 주는 신축·파괴·벌채 행위를 금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존권고와 배치된다면서 제2석굴암 건립에 부정적이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석굴암 인근에 이 시설을 설치하면 유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채 그런 일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2석굴암 건립은 지난 2001년 문화재청과 불국사 측이 유적 보존과 관객 접근성 확보 등을 내세워 추진하려다 학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경주/윤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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