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내수 13조 수출 4조 달성 전망… 대구산업 대동맥

1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공단 내 자동차부품공장인 (주)삼보모토스.

생산라인에서 육중한 기계라인이 연신 자동차부품을 찍어내고 있었다. 여기서 생산하는 부품은 자동변속기의 핵심부품인 오토트랜스 미션 플레이트로 현대나 기아자동차에 납품되거나 북미나 일본으로 수출길에 오른다. 요즘은 늘어나는 물량으로 하루 종일 공장을 가동해도 물량맞추기가 빠듯할 정도로 바삐 돌아가고 있다.

비슷한 시간 성서공단내의 경창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변속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도 주문량이 밀려 주야간 24시간 가동중이다.

자동차부품·섬유 수출 급성장… 공장가동률 사상 최고 기록

2천600여업체 상시근로자 5만5천여명… 내년 5차단지 완공

■공단설립후 최대 호황

대구경제의 기초산업단지인 성서공단이 설립후 가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주력업종인 섬유와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공장가동률이 치솟고 이에따라 근로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2006년까지 73%대를 유지하던 성서공단 가동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69%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장가동률이 75.48%로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앞질렀고, 올들어 1/4분기 현재 76%로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단 호황과 더불어 수출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2004년 내수 5조9천억원에 수출이 1조6천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내수 12조 6천억원 수출 4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4분기까지 내수 3조1천억원, 수출 1조원을 달성해 연말까지는 내수 13조원에 수출이 4조원이상 달성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가 83.45%, 1차금속 74.41%, 섬유 72.14%, 석유화학 71.26% 가동률로 공단 호황을 견인했다.

이에따라 종업원수도 2009년 5만2천800명, 2010년 5만4천230명으로 1천430명, 올해 들어서는 현재 5만4천670명으로 1분기에만 400여명이 늘어났다.

■부활의 중심축은 자동차부품

성서공단의 부활은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 여파로 인해 해외자동차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수입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불행이 역으로 대구의 성서공단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 그리고 국내자동차 메이커가 세계의 브랜드가 되면서 국내 납품업체도 덩달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1인 1자동차시대가 본격화화는 중국 내수시장의 급성장도 지역자동차부품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400여곳이 밀집돼 있는 성서공단은 요즘 이른 아침부터 짐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들이 쉴새없이 들낙거린다. 이 차들 대부분은 자동차공장이 있는 울산, 충남 서산으로 향하는 차들이다.

한 자동차 부품공장의 김모(42)씨는 “성서공단의 자동차부품공장이 요즘처럼 바삐 돌아간 적이 없었다. 특히 일본 대지진이후 밀려드는 주문량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공단부활에는 섬유업도 한몫했다. 섬유도 중국산에 비해 가격과 기술우위를 확보하면서 1990년대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섬유경기는 내수는 좀 부진한 편이지만 원단과 직물 등의 수출은 물량이 달릴 정도다.

성서공단의 재도약에는 남대구 IC에서 서대구IC간의 도시고속도로의 지정체해소도 한몫했다. 그동안 성서공단으로 통하는 신천대로의 극심한 정체로 물동량 수송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확장공사가 마무리 된 것도 하나의 요인.

■공장부지도 많이 올라

공단활성과 더불어 공장부지값도 많이 올랐다.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공장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한정된 부지로 인한 수요자가 원하는 적당한 물건을 찾기가 쉽지않아 가격이 상승했다. 현재는 층고 8m이하 부지는 평당 340만원~350만원으로 3~4년전의 200만원~250만원에 비해 100만원이상이나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몇몇 공장들은 현 위치에서 공장을 늘리고 있다.

삼보모토스는 포화상태에 이른 공장을 증축해 사용중이고, 경창산업은 늘어나는 수출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인근 4만8천㎡의 부지에 새 공장을 짓고 있으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단활성화와 더불어 인근의 식당도 때아닌 호황을 맞고있다. 과거 IMF때나 몇 년전 글로벌위기때는 밤이 되면 손님이끊겨 식당문도 일찍 닫았으나 요즘은 늦은밤까지 성업중이다.

성서산업단지 김낙현 업무부장은 “요즘들어 공장부지를 찾는 문의전화가 늘어나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만큼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서공단이 걸어온 길

성서공단은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외 10개동에 걸쳐 1984년에서 88년사이 1차단지 조성사업이 완료된 후 1988년~1992년 2차단지, 1994년~2000년 3차단지(과학산업단지), 2003년~2006년 4차단지(첨단산업),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차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5차인 세천단지까지 완공되면 총 1천150만㎡규모로 명실상부한 대구의 산업중심단지로 거듭난다. 국가공단이 업는 대구의 여건상 성서단지는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총 생산실적은 16조6천억원으로 대구 GRDP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들어선 업종은 조립금속 946개, 섬유.의복 527개업체, 운송장비 385개, 전기전자 168개, 비금속 141개, 석유화학 108개, 목재종이 89개, 음식료 44개, 기타 80개 업체등 2천600여업체에 종사하는 상시근로자만도 5만5천명정도 된다. 하지만 이렇듯 대구의 동맥구실을 하는 성서공단도 그늘이 있는게 사실이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많이 열악한 수준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다수의 근로자들의 연봉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아직도 시급으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많이 있고, 업종과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년정도 근무했을 경우 월급여는 200만원에서 250만원 사이로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서공단의 쉼터, 성서 체육공원

성서공단 바로옆에는 성서체육공원이 조성돼 근로자들의 쉼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서3차단지 조성과 함께 만들어져 파고라, 축구장, 족구장 등을 갖추고 일상에 지친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주말을 맞아 특별히 갈곳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연스레 이곳으로 나와 주위의 안부를 물으며 가벼운 운동으로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자와라(파키스탄. 32)씨는 쉬는 날이면 공원을 산책하거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등 공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있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