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석/박재석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최근 고향을 다녀왔다. 아버지는 돌아가신지 10여년이 지났고 팔순이 다되신 어머니만 고향에 계신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형이 연로하신 어머니를 돌보고 계셔 늘 고마움이 앞선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 때 유학길에 올라 지금까지 고향 집을 떠나 불효자로 살고 있다. 고향 집에 가는 것은 일 년에 많아야 4~5번이 고작이다. 설, 추석, 아버님기일, 가을시제 어쩌다 여름휴가 때이다. 한 달에 한번쯤은 찾아뵈어야 하는 데 이런 저런 핑계로 마음같이 쉽지가 않다. 집에 들려 어머니와 한동안 쌓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고, 어머니는 집 뒤 대밭에서 뽑아온 죽순(대나무순)을 넣은 국과 가죽나무 나물을 내어 주셨다. 죽순의 사각사각 씹는 느낌, 가죽나물의 독특한 향은 타임머신을 탄 듯 지난날을 회상할 아련하고 따스한 기회를 얻는 것 같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 먹고 마당 끝에 떨어진 조금 마른 감똘개를 하나를 주워서 먹었다. 고개를 들어 감나무를 올려보니 어느새 노란 감꽃이 흐트러지게 피어 있었다. 40년 전에 먹었던 바로 그 맛으로 강산(江山)은 여러 번 바뀌어도 감똘개의 달콤한 맛은 그대로 인 것 같다. 감똘개는 감꽃의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다. 어린 시절 감꽃을 말려 먹은 추억이 많이 있다.

감나무꽃은 5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당년에 자란 녹색 가지에 피는데 잎 사이에서 4장으로 된 노란 꽃잎은 끝이 밖으로 말린다. 수정이 끝나면 꽃 전체가 떨어져 내린다. 이 꽃을 주워 실에 꿰면 꽃목걸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모두 따 먹고 실만 남겨 된다. 큰 것은 손가락에 끼울 만하다. 초여름의 감꽃은 어린이들의 꽃반지가 되어 유년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감꽃 중에서도 작은 돌감에서 떨어진 것은 맛이 달다. 떫은 감꽃이라도 시들시들 말리면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떫은맛이 없어지고 단맛이 난다. 볏짚에 1자로 구슬 처름 꿰서 곶감을 말리듯이 작은 처마 밑에 주령, 주령 여러 줄로 해서 말린다.

고향은 언제가도 어머니 품속 같고 넉넉하고 여유롭다. 언제나 한결 같이 기다려 주시는 울 엄마가 있기에 더 좋다. 내년 이맘때도 감똘개를 먹을 수 있을까. 어머니도 그 자리에 계실까. 아니 돌아오는 설에는 잘 익은 홍시를 먹을 수 있을까. 자연이 주는 행복에 젖고 이를 기다리는 마음이야말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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