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회적인 시계`의 영향을 크게 받아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에 어울리는 `올바른 나이`가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

하지만`마음의 시계`(사이언스북스 펴냄) 저자인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64) 박사는 실제로 어느 나이에 신체 상태가 어떻다라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의학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분히 상대적이면서 고정 관념에 불과할 뿐인 나이에 대한 인식은 곧 질병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불러일으켜, 우리는 당연히 50세가 넘으면 무리한 운동을 하기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시력 및 청력의 감퇴를 경험하게 되며, 70세가 넘으면 기억력이 나빠져 자주 깜박깜박하며 너무 쇠약해 홀로 지낼 수 없다고 단정한다.

랭어 박사는 1979년 정신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실행한다.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 8명을 시골 마을로 보내 1959년인 듯 살게 한 것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산지 일주일 만에 놀랍게도 노인들은 실제로 젊어졌다. 시력과 청력, 기억력, 악력이 향상되고 체중이 늘었으며,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걷기 힘들었던 한 노인은 심지어 꼿꼿한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과 후의 노인들 사진을 찍어 제3자에게 보여주자 모두가 일주일 후의 사진을 더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생각했다.

이들 노인들 또한 처음 도착할 당시만 해도 사회와 고정 관념이 부과한 사고와 행동이 몸에 배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의 시계`는 이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진행했던 랭어 박사가 지난 30여 년간의 연구 성과를 담아낸 책이다.

`긍정의 심리학` `가능성의 심리학`을 다듬어 온 저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들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질병이나 노화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마음가짐이 우리 육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랭어 박사의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러 심리 실험에서도 잘 나타난다.

저자는 노화가 인간 발달상의 한 단계일 뿐 쇠퇴나 상실을 의미하지 않으며, 그 과정이나 결과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미리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나이 듦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 노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인 것이다. 80세 남자는 더는 50세 때만큼 테니스를 칠 수 없다는 데 좌절하지만 어쩌면 문제는 그가 더는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테니스를 치려고 애쓴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조성한 물리적 환경(젊은 선수에 맞춰진 경기장과 경기 시간 등)과 정신적 환경(고정 관념)은 80세 테니스 선수와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노화하고 있는 탓에 더 이상 예전처럼 경기를 펼칠 수 없다는 데에만 사고를 고정시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전략으로 경기를 펼칠 생각은 애초에 떠올리지도 못하게 거대한 마음의 벽을 쌓아 버린다.

랭어 박사는 노화와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몸과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몸무게를 3kg 감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일로 느껴질지 모르나 30g을 뺀다는 생각에 기가 죽을 사람은 별로 없다. 저자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30g만큼의 치유법만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마음의 시계`가 제안하는 30g의 치유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이라는 숫자에 굴복하지 마라

그간 얽매여 있던, 우리의 잠재성을 제한하는 문화, 언어, 사고방식을 버리자.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 의학계가 인간의 육체와 질병에 붙여 놓은 이름표들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부채질한다. 나이라는 숫자, 질병이나 노화라는 이름표를 벗어던지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사소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일상에서 소소한 선택의 기회를 주고, 물리적인 환경을 약간만 변화시켜도 우리의 건강과 행복은 향상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평균이라 가정되는 특정 집단을 지향해 젊은이들에 의해 고안되고 설계된 세계이다. 계단 옆에 손잡이를 달고, 현관 앞에 선반 하나를 두는 등 각각에 맞는 조그만 변화로도 크나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자

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다. 의학계에 절대적인 진실, 확신이란 없으며, 우리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아는 이는 의사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의학계에, 전문가 집단에 무심코 넘겨주던 통제권을 되찾아 우리 몸의 사소한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에 적극 참여한다면, 선택의 힘, 그리고 그 힘으로 인한 개인의 통제력 증가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랭어 박사는 우리 몸에 불가피한 상처를 남기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질병들이 사실은 되돌릴 수 있으며, 의식을 집중해 자그마한 변화에도 주목하며 건강을 학습하는 자세로 우리 몸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 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고 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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