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Draw-Crevice 틈을 그리다`<사진>는 종이의 집적과 그것을 방해하는 또 다른 종이의 개입이 만들어 내는 사소한 틈의 존재를 이미지 드러내기를 통한 시각화를 시도한다. 종이의 날을 수없이 겹쳐서 만든 화면과 그 사이사이를 높이가 다른 종이를 끼워 넣어 틈을 만든다. 종이날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진 화면위로는 아래 이미지들을 가리는 동시에 드러내며 이미지의 은유와 왜곡을 만들어 낸다. 틈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들로 작가에게 있어서의 틈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업을 들여다보면 서로 높이가 다른 종이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끼워 넣어 틈에 대한 추상적 형상을 공간적·시각적 현실로 끄집어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틈에 대한 관념적 형태는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대면하는데, 그것은 종이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공간일 수도, 그 공간에 채워져 있을 공기일 수도, 높낮이가 다른 종이 사이의 갭(Gap)일 수도, 틈을 재현하기 위해 종이를 쌓는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틈은 종이와 종이가 만들어내는 틈 사이로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미지들을 은유하고 보게 만드는 공간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능한다.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온통 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살아가는 공간, 바쁘게 살아야 하는 시간, 여러 이유들로 얽혀져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모두 틈이란 것을 사이에 두고 비유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틈에 대한 의미를 그 속에서 다시 여러 갈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틈`이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견 부정적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암흑과도 같은 공간속에서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탈출구와 희망으로써의 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틈으로 인해 모든 틈새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본질적인 나를 느끼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서양화가 강윤정

-경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올해의 청년작가 초대전` 등 8회, `With Art, With Artist!`(아트팩토리, 파주) 등 단체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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