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영/대구본부 부장
한국은 교육열이 뜨겁기로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한국의 부모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도 학군이 좋은데로 이사가고 해외연수도 보내는 등 자식이 잘 되는 길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처럼 교육 수요자들은 사비를 털어가면서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공급자인 교육당국은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도 교육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주지 못하고 항상 뒷북만 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교육당국의 고민없는 교육의식은 교육예산 집행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이 2조3천400여억 원의 예산 가운데 불용예산이 1천900여억 원에 육박하는 등 마구잡이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시교육청의 2010년 인적자원운용 1조787여억 원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762억원을 불용했고 예비비 및 기타 569억원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전액 불용 처리했다. 또 학교재정지원 4천263억원 중 3.5%인 148억원,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 3천293억원 중 4.6%인 151억원, 교수학습활동지원 2천23억원 중 4.8%인 97억원 등 정책사업별로 평균 8.1%의 예산을 불용했다.

학교재정지원 관리 예산 중 사립학교 재정결함 지원금은 129억9천600만원, 학교운영기본경비 18억5천300만원이 남았고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 중 학교신설 31억7천200만원, 학교시설증개축 25억8천900만원, 다목적교실 36억8천400만원, 교육환경개선시설 23억3천200만원, 학교급식시설개선 19억8천400만원 등이 쓰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불용액이 많이 발생한 것은 별다른 고민없이 전년도 기준 이상으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예산편성 행태 때문이다. 그러다가 연도 내 지출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는 시점에 지출원인 행위를 한 뒤 공사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사업비를 사고이월하고 각종 인건비와 여비 등을 과다 불용 처리하는 등 관행적 예산편성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1천900억원의 예산이 사장되고 결국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시교육청의 방만한 예산 편성과 책임없는 행정은 일선 학교에서도 그대로 답습하며 학교 재정관리도 엉망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은 지역 7개 중고등학교는 이 사업비에서 시설비(기자재 포함)가 예산의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시설비 및 자산 구입비로 적게는 31%, 많게는 71%를 엉뚱한데 사용하는 등 일선 학교의 사업추진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이 함유된 천정텍스 교체사업도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집행했다. 시교육청은 2010년 석면이 함유된 천정텍스 교체를 한다며 공립고 327개교에 3억2천700만원, 사립고 93개교에 9천300만원을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로는 대구자연과학고와 대중금속공고에 이들 예산을 쏟아부었다. 또 2010년 사고이월된 위탁급식 직영전환 등 9개 사업 139억1천300만원은 공사 계약기간에 따라 당해연도에 지출을 끝내지 못할 것이 명백함에도 시의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명시이월하지 않고 사고이월로 처리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09년 결산검사때도 예비비 1천11억원, 인건비 581원, 신설학교 부지매입비 318억원, 자연과학고 녹색환경체험관 신축비 95억원, 기타 각종사업비 불용액 284억7천500만원을 불용하며 불용액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으나 2010년 결산검사에서 또다시 주먹구구식 예산편성과 집행이 드러났다.

이처럼 시교육청은 결산검사 때마다 심도있는 예산편성을 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을 뿐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물론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교육청은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이 대구 교육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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