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계 반대방향 부는 동풍 위험”
“비구름에 녹아 이동 가능성 낮아” 반론”

태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이 다가오면서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쪽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호 태풍이 북상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비를 동반한 강력한 태풍이 일본 남부에서 북상하면서 후쿠시마원전의 경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바다에 유입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2호 태풍 북상 일본 원전 비상

2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강력한 태풍 2호가 이날 오전 일본 남부의 규슈(九州)지역에 상륙한뒤 북상하면서 이날부터 30일에 걸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은 시간당 50㎞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으며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35m, 순간 최대 풍속은 50m에 달하고 있다.

태풍이 오키나와(沖繩)현의 각지를 휩쓸면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67명이 부상했다.

이날부터 30일 아침에 걸친 예상 강우량은 규슈 남부 180㎜, 주고쿠(中國) 등 중남부 200~250㎜, 본토 북부 100㎜,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인 도호쿠(東北) 80㎜ 등이다.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지역인 도호쿠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각종 장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높은 곳으로 옮기는 한편 창고 등 각 건물 입구에 흙을 쌓는 등으로 침수에 대비하고 있다. 각종 기자재가 태풍에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는 사고 당시 수소 폭발 등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벽이 무너진 상태여서 비와 바람에 노출돼 있으며 빗물에 쓸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원전 곳곳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총리 보좌관은 “후쿠시마 원전이 태풍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방사성 물질이 비산하지 않도록 태풍에 대한 최대한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 일본 방사성 물질 한반도 영향주나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일본지역에 상륙할 경우 방사성 물질을 한반도 쪽으로 실어나르는 동풍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태풍의 경우 여름철(6~8월)에 평년(11.2개) 수준인 11~12개가 발생해 1~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국책연구원의 고위 연구자는 29일 “일본이 원전사태 이후 아직까지 대기중으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태풍이 동풍을 일으켜 일본지역 내 확산은 물론 한반도 쪽으로 유입되는 양이 많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태풍철로 접어들기 전에 태풍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형급 이상의 태풍 발생 빈도가 예전보다 줄지 않고 있어 태풍 활동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기상청이 분석하고 있는 점도 올해 태풍이 몰고 올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방사성 물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태풍으로 인한 일본 방사성 물질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도 있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는 “올해는 일본으로 부는 태풍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풍이 불 경우 일본 후쿠시마지역 방사성 물질이 도쿄 등 일본 내 주변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쪽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교수는 “태풍으로 인한 동풍이 지속적으로 불기 어렵고 태풍과 동반한 비구름에 방사성 물질이 침착될(녹을) 수 있어 방사성 물질이 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공주대 권혁조 교수는 “태풍은 주로 동중국해를 거쳐오고 이따금 일본을 지나오기도 한다”며 “여러 조건들이 들어맞는 최악의 경우 방사성 물질을 나를 수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기상청도 지난 7일 제1호 태풍 `에어리`에 이어 지난 27일 제2호 `송다`가 발생하자 본격적인 태풍 영향 분석에 나서고 있으나 일본 방사성 물질 이동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은 바람이 중심(태풍의 눈)으로 모이는 성질이 있고 일본을 거쳐 온다해도 방사성 물질이 비에 녹아 한반도에 도달하는 양은 극히 적을 것”이라며 “일본에서 대기 배출량이 적어지고 있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강한 태풍이 빈발하고 있으며 최근 10년(2001~2010) 태풍은 연 평균 23.0개가 발생해 2.5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기상청은 파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