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 도서출판 새암 刊, 배용일 지음, 384쪽, 1만5천원

“나의 삶 70년은 포항인과 역사학도로서 제 2차 세계대전과 광복,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6·25전쟁, 4·19와 5·16,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련 등 근현대사의 격변을 경험하며 민족적, 시대적 아픔이 컸던 만큼 시련 극복의 희망과 기쁨도 충만했던 보람의 여정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지난날들을 회고 성찰하며, 앞날의 밝은 삶을 조망하고 싶었다. 나아가 포항시민과 함께 `선진 일류도시, 글로벌 포항` 창출을 위해 광명정대한 개척과 화합의 진취적인 포항정신(일월정신)을 오늘에 계승하여 미래화 하는 염원을 담고자 하였다.”(배용일 교수의 `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책머리 중)

향토 사학자인 배용일(70) 포항대학 초빙교수가 `나의 삶 70년, 그리고 포항`(도서출판 새암 펴냄)을 출간했다.

배 교수는 자신의 고향인 포항에서 평생 교직생활을 했고 퇴직 후 고희를 맞은 지금까지 포항의 역사연구에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사학자이다. 특히 배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인`박은식과 신채호 사상의 비교연구`를 읽어보면 그의 학문 방향과 연구 성향이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세속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출간한 배 교수의 저서는 민족주의 사학의 대표인 신채호와 박은식 선생의 역사사상을 연구한 역정과 이와 연관되는 사연을 담담하게 서술할 뿐만 아니라 배 교수가 그토록 사랑하고 자랑하는 포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적기(摘記)하고 있다.

이 책은 배 교수가 어떻게 역사학자의 길로 들어서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했는 지 전 과정을 숨김없이, 그리고 아주 진솔하게 서술해 놓았다. 어느 면에서 형식과 저서 내용을 일별하면 자서전의 양식처럼 보일 수도있지만 그러한 양식을 저변에 깔고 있으면서 포항의 역사를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제별로 논지를 전개시키고 있다.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사론적 의미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 단순한 자서전의 성격을 뛰어넘고 있다.

이 책은 내용의 성격에 따라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포항의 역사와 미래를 연관 지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포항의 현재를 과거의 역사와 문화에서 연원을 찾고 현재의 새로운 포항의 활력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포항 문화의 진취적인 힘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의 1부는 배 교수가 어린 시절부터 포항에 정착해서 70년 세월을 교학생활에 전념한 자세한 역정을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요약 부분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박은식과 신채호의 역사인식을 연구한 학자답게 민족주의 사관을 저변에 깔고서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애정 어린 시각에서 서술했다.

둘째, 포항의 정신적 뿌리를 일월(日月)정신으로 보고, 그 연원을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이 기사를 주목해서 이들이 영일지역 근기국의 인물로 일본에 건너가 길쌈과 제철기술 등 선진문화를 전파하고 그곳에 왕과 왕비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연오랑 세오녀에 대한 연구끝에`영일읍지`(김용제) 자료를 통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세계리 당평마을에 연오랑 세오녀가 집을 짓고 살았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사실에 접근하는 업적을 보이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호미곶을 꼽고 이 해맞이 행사가 포항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축제로 승화되길 기원하고 있다.

넷째, 포항에는 제철보국의 기치를 건 포항제철이 자리잡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는 이 모든 현재의 여건이 역사와 문화의 소산으로 간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에는 인문학의 상황은 열악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향토사 연구가 부진한 가운데 배 교수의 저서가 출간된 것은 사실에 입각한 향토사는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역사연구와 서술에는 중앙의 역사만이 대상이 아니며 한국사 실상을 바로 알려면 향토사의 연구결과는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자료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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