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 도서출판 사람들 刊, 이상문 지음, 352쪽, 1만4천원

“복잡하고 다원적인 인도가 쉽게 읽힌다.`인도는 신비하다`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진다. 해박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 문체로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느끼게 한다”

오지여행가 이상문씨가 인도인의 삶을 긍정적 시각으로 그려낸 여행 산문집 `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도서출판 사람들 펴냄)가 나왔다. 그동안 출판된 각종 기행서와는 달리 인도의 역사, 문화, 민속의 중요한 장면을 포착해 서술함으로써 인도 사회 전반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에 관한 온갖 선입견을 부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시간이 멈춘 나라`, `명상과 신비의 나라`로 인식된 인도에 대한 선행지식을 모두 부정하고 그 모든 것이 인도인의 멀쩡한 종교적·관습적 일상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컨대 여행자를 상대로 끊임없이 바가지와 사기를 일삼는 상인들이나 혼자 다니는 여자 여행자를 지분대는 인도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존의 방법론이거나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돌파구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도의 새로운 면과 진실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책 전체에는 다른 인도관련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난하고 고단한 인도인의 삶과 낯선 문화와 종교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의 가난했던 유년에 대한 기억이 인도 이야기와 수시로 교차하면서 인도인의 현재의 삶을 경험론적 애정으로 싸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중심에 흐르는 주된 감성은 고통·가난 속에서 허덕였던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인도인에 대한 휴머니즘과 과장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시각을 견지하려는 리얼리즘이다.

모두 17개 소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뭄바이, 델리, 콜카다, 바라나시 등 익히 알고 있는 대도시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과 리시케쉬, 반바사, 자이살메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시도된다. 그래서 여행을 주제로 했지만 단순한 신변잡기가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책, 쉽고 해박한 인문학 서적처럼 읽힌다.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서 만난 거지여인에게 품었던 연정은 한 편의 단편소설과도 같고, 힌두 성지 리시케쉬에 비틀즈가 인도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동서양인의 사유세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대목은 문화비평론과도 같다.

암소와 카스트, 빈곤과 자존 등 인도인의 가장 대표적인 삶의 모습과 태도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을 견지한다. 전문가의 객관적 주장을 끄집어내 연결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했고 일부 여행자들이 부풀린 정보를 경계하라는 경고도 서슴없이 날린다.

저자 이상문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이미 오지만 골라 50개국 이상을 여행한 배낭여행 1세대임을 자처한다. 이 책은 그동안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풀어내는 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자신의 장애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엘로라 석굴에서 벌떼의 습격을 받고도 도망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이 장애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보편적 형벌이라고 항변한다. 저자가 가진 가난과 장애는 인도인의 불편한 삶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그 속에서 고통과 정면 승부하는 인간의 꿋꿋한 의지를 형상화해 내고 있다.

언론인 김병길씨는 이 책에 대해 “딱히 편한 곳으로만 떠나지 않고 기록해낸 이상문의 이번 인도 여행 산문집에서 또 다른 세상과 마주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의 심신에 `긍정의 힘`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에 등장하는 열일곱 가지 이야기는 루머가 아니다. 루머처럼 떠도는 인도에 관한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교정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 생각해 왔던 인도에 관한 온갖 왜곡된 선지식을 바로잡는 새로운 인식의 문이 열리도록 도와준다.

저자 이상문씨는 울산제일일보의 취재 1부장으로 현직 기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래서 기자가 바라보는 객관적 관찰력이 돋보이고 가이드북과 차별화된 인도여행의 노하우도 담겨 있어 이미 인도를 다녀왔거나, 인도여행을 계획하거나,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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