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 달성군이 출범 100주년을 맞는다.

1914년 3월1일 출범 당시 달성군은 군청사를 현재 대구백화점 자리에 두고 대구부를 제외한 현재 대구광역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16개면을 관할했을 만큼 대구시의 전신이다.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디지스트, 비슬산 참꽃축제, 도동서원, 유가사, 현풍 석빙고, 교항리 이팝나무 등으로 잘 알려진 달성군에는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달성 비슬산 암괴류 (達城 琵瑟山 岩塊流)와 옛 공군 영화인 `빨간마후라`의 주인공 고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 4명의 효자를 배출한 사효자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암괴류는 1만년전~10만년전, 고 유치곤 장군은 1950년 6.25전쟁, 사효자굴은 조선 선조 임진왜란이라는 시차를 두고 각각의 역사를 지녔지만 비슬산을 중심으로 삼각편대를 이루는 곳이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달성군은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유교문화와 함께 충효문화와 불교문화 등이 다양하게 분포된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 보존에 기초한 개발을 통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비슬산 암괴류

비슬산을 등반하면 바윗덩어리들이 마치 물처럼 흘러내린 듯한 특이한 지형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이것을 암괴류라고 부르고 보통 직경 256mm 이상의 커다란 자갈이나 암석 덩어리가 경사 40도 이하의 산비탈이나 골짜기에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길게 쌓인 것을 말한다.

하지만 비슬산 암괴류는 매우 특이한 지형, 지질로 분석되면서 전세계 지질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지난 2003년 12월13일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됐다.

비슬산 암괴류는 무려 99만2천979㎡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데다 해발 약 1천m 부근에 위치하는 대견사지 부근에서 시작해 여러개의 암괴류가 각각 다른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다가 해발 750m 지점에서 합류한 후 450m 지점까지 이어지면서 길이는 약 2km, 최대폭은 80여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암괴류 표본으로 불린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 전~10만년 전인 주빙하기 후기에 형성된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구성돼 특이한 경관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발달 규모가 대단히 큰 것은 물론이고 화강암 지형에서는 이같은 광경은 보기 드물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각진 모양을 보이는 곳은 지형 특성상 `바위 너덜겅` 지형 또는 `애추`로 분류되고 둥근 모양을 보이는 곳은 `암괴류`지형으로 분류된다.

비슬산 암괴류는 지난 최종 빙하기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학술적, 자연학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형이다.

또 토르가 발달한 대견사지 부근에는 부처바위, 형제바위, 스님바위 등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어 환경생태교육장이나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로 시작하는 노래 `빨간 마후라`는 40대 이상 세대들에서 잘 아는 유행가다. (90년대 철없는 10대들의 딴 영화와 착각하지 마시길)

이 노래는 지난 1964년 개봉된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제곡으로서 당시 유명배우인 신영균씨가 주연을 맡아 대한의 공군과 피끓는 파일럿의 애국혼을 그린 우리나라의 대표적 호국영화다.

그 시절에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공군 파일럿 영화 `빨간 마후라`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달성군 유가면 출신인 고 유치곤 장군(1927~1965)이다.

지난 1944년 일본 육군비행학교를 졸업하고 광복 후 1949년 12월에 공군에 입대해 1951년 4월10일 공군 소위로 현지 임관하고 나서 같은 해 10월11일 강릉기지에서 F-51 전투기 조종사로 첫 출격을 시작한 이래 1953년 5월30일까지 한국 공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203차례 비행하는 최다 출격기록을 돌파했다.

특히 유 장군은 6.25전쟁 당시 1952년 1월15일 평양 동쪽 16km에 있는 대동강을 횡단하는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에서 유엔군이 500여차례 공격으로도 파괴하지 못한 것을 유치곤 장군은 죽음을 무릅쓰고 1천500피트라는 초저공 비행으로 폭탄을 떨어뜨려 다리를 세 동강 내는 임무를 완수했다.

이후 평양 대폭격작전을 비롯한 강원 고성지역의 351고지 탈환작전, 송림제철소 폭파작전 등 한국 공군이 출격한 주요 작전에 참전해 빛나는 전공을 세움으로써 6·25전쟁 중에 을지무공 훈장과 충무무공 훈장을 각 3회, 미 공군 비행훈장 등을 받았다.

이런 유치곤 장군의 위업을 기리고 나라사랑과 호국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5년 6월에 유 장군의 고향인 달성군 유가면 양리 비슬산 순환도로 옆 1천327평의 부지에 1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호국기념관을 준공 개관했다.

주요시설로는 유치곤 장군 동상(청동입상) 1기와 전시실, 영상실, 휴식공간이 함께 갖추어진 비행기 모양의 기념관으로 구성된 소공원 규모다.

또 공군부대에서 사용했던 F-86전투기와 T-37훈련기, 추모비와 빨간 마후라 노래비 등이 야외에 전시돼 있고 비슬산 자연휴양림의 하단부에 있어 이곳을 산행한 후 하산하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둘러보는 호국보훈의 현장이기도 하며 매년 유치곤 장군 모형항공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유치곤 장군은 6·25 전쟁 이후에는 전후방의 각급 공군부대 전투지휘관을 수행하면서 공군의 전력증강과 발전에 이바지했으나 안타깝게도 공군 제107기지 단장으로 재직중인 1965년 1월1일 과로로 순직했다.

유 장군의 장남 유용석 군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종사의 꿈을 안고 공사 26기로 임관해 비행임무를 수행하던 중 1982년 2월5일 추락사고로 순직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왜장도 감동한 현풍곽씨 네명의 효자

달성군을 명실상부한 충효의 고장으로 입증할 만한 대표적 유적지가 있다. 충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근대에는 유치곤 장군이 있고 임진왜란 땐 경남 의령 출신의 현풍곽씨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있고 효에는 사효자굴이다.

유가면 양리에 위치한 사효자굴은 임진왜란 당시 망우당 곽재우의 사촌형인 곽재훈의 네 아들인 결, 청, 형, 호의 애환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임진왜란 때 이 네 이들은 왜구를 피하고자 병환중인 부친을 모시고 비슬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 숨어 피난생활을 했다. 천식이 심한 부친의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다가 어느 날 굴 주변을 지나던 왜구들이 이 소리를 듣고, 이 굴속에 사람이 있음을 알고 동굴 주위를 에워싸고 나오기를 종용했다.

이때 효성이 지극한 큰아들이 부친을 대신해 나갔다가 왜구들에게 맨 먼저 죽임을 당했고,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세 아들 또한 차례로 왜구의 손에 죽게 됐다.

결국 마지막에는 부친인 곽씨가 기침을 하며 굴 밖으로 나가자 그간의 정황을 알게 된 왜장도 네 형제의 효성에 감동한 나머지 죽은 4형제의 시신을 수습하고 아버지인 곽씨의 등에는 `네 효자의 아버지(四孝子之父)`이니 절대 참하지 말라는 글을 써 붙여 석방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사효자굴이라 이름해 네 형제의 효성을 추모했고 나라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정려를 내렸다 한다.

과거 이곳은 언덕과 암벽으로 둘러싸여 동굴로 들어가기가 어려웠으나 최근 이곳에 목책 계단을 완성해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아버지를 대신한 네 아들의 지극한 효심을 가슴에 담아 가도록 이끌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