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행성게임장이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게임기 자체가 수 백만원의 단위로 개조·변종되면서 일단 표적이 되면 가산을 탕진할 정도다.

안동시 태화동, 정하동 등의 일원에서 암암리에 영업 중이라는 제보를 토대로 본지 기자가 고객으로 가장해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26일 오후 5시30분께 안동시 태화동의 한 건물.

이 건물 뒤 차들이 빼곡히 들어선 주차장 맞은편에는 `ㅅ게임랜드` 란 축구공만한 크기의 간판만이 불을 밝힌 채 인적이 없다.

기자가 출입문을 찾기 위해 서성이자 게임장의 문지기 역할인 듯한 50대 남성 A씨가 나타나 “어떻게, 무엇 때문에 왔느냐?” 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하자 A씨는 “최근 탕(단속)을 맞아 내부 수리 등으로 임시 휴업 중”이라며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20여분간 그를 설득하자 무전 한통으로 굳게 잠겼던 철문이 안에서 열렸고, 또 하나의 문을 열자 역시나 불법사행성게임장이었다.

148㎡(45평) 남짓한 건물 내 공간에는 총 60대의 게임기가 설치돼 있는 곳을 따라 약 50여명의 40~50대 고객들이 1만원권 현금 다발을 한손 가득 쥔 채 게임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외부차단을 위해 음료는 물론 식사까지 무료로 공급되었고, 4대의 CCTV를 설치, 건물 주위 곳곳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가 건물 내 한켠에 있다.

40대 중반의 업주를 비롯해 20대 아르바이트 직원, 30대의 환전 담당자 등 10여명 이상이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5분여 뒤 운 좋게(?) 기존 고객의 배려로 자리 하나를 차지한 기자는 게임기 투입구로 지폐를 넣자마자 음악과 함께 고속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화면이 나타나면서 1만원이 모두 소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분 40초.

1시간이면 16만원의 현금을 블랙홀처럼 흡입할 수 있도록 제작된 신종 불법사행성게임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15시간 동안 이곳의 60대 게임기가 모두 가동되면 하루에 총 1억4천400만원의 현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

1시간여 지났을 시점. 한 고객 가운데 250만원 상당의 `초대형 예시`가 나오자 고객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 20여명의 고객들이 주위에 모여들어 부러운 눈으로 화면을 바라본다.

“00번 기기를 이용한 손님이 방금 250만원 초대박을 잡았어요. 희망을 갖고 꾸준하게 투자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20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분주하게 매장을 돌며 분위기를 뛰운다.

20대로 보이는 이들은 경찰 단속을 대비해 30분 단위로 60대의 게임기에 투입된 현금을 일사불란하게 차례로 수거해 갔다.

“잠을 잘 때면 게임소리에 환청이 들릴 정도다”

개장한지 불과 한달여만에 이곳에서 수 백만원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고객의 하소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여관을 잡아 놓고 이곳을 이용 중인 영주시 부석면 김언찬(가명·46)씨는 이날로 13일째 게임기와 전투를 벌이면서 600여만원을 잃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사과 전지작업을 끝낸 김씨는 본격적인 영농철이지만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이곳을 떠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박찬영(가명·54·점촌)씨는 “경찰 등 단속기관에서 단 한 번도 다녀가지 않아 업주가 배경이 든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문경·점촌·영주 등 외지인들이다”고 귀띔했다.

이날 밤 10시께 매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처음 출입한 곳 외 또 다른 문을 통해 현장을 빠져 나오면서 안동지역에서 외지 고객들만 가득한 `이상한 불법사행성게임장`의 실체의 대한 궁금증을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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