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문학관 주변 탱자나무 심고
유배체험관 등 4개 전시실 마련
3D 영화영상·상소문 쓰기 체험
매일 200여명·주말 2천명 관광

포항시 남구 장기면은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에만 10여명의 성현이 유배생활을 견뎌 냈다.

이들 성현이 머물던 집과 집필한 서적 등이 담긴 명확한 사료들은 있지만, 정작 누대에 걸쳐 이들의 모습은 현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국가 문화재 당국의 무관심과 복원에 대한 의지 부족이 그 원인이었다.

이에 현재 포항지역 사학계를 중심으로 유배문화재 복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기면민 또한 직접 유배문화를 연구하고 복원의 해법을 찾기 위해 부심한 모습이다. 이러한 유배문화 복원의 해법을 경남 남해군 남해읍 유배문학관에서 찾아봤다.

① 유배문화의 고장, 장기

② 다산과 우암이 머물던 자리

③ 성현은 가고 빈터만 남아

④ 유배문화촌으로 활용·보존해야

⑤ 유배문화의 고장 남해군 답사기

지난 8일 오전 8시30분 권창호 포항문화원장, 향토사학자 황 인 선생 등을 비롯해 장기면민 20여명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남해 유배문학관을 견학하기 위해 모인 일행들이다.

3시간에 걸친 여행으로 경남 남해군 남해읍 유배문학관에 도착한 일행은 먼저 웅장한 건물의 위용에 탄성을 질렀다.

지난해 11월1일 처음 문을 연 유배문학관은 국·도비 보조금 138억원을 들여 3만5천469㎡ 부지에 전체건축면적 2천416㎡ 규모로 지어졌다.

그동안 타 자치단체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유배문학을 관광자원화해 유배문화 성지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다.

위리안치(주위에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를 심고 이 바깥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유배형)을 재현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 탱자나무를 빼곡히 심고 개울물을 형상한 연못을 가꾸는 등 세세한 복원 노력이 상당했다.

유배문학관은 향토역사실, 유배문학실, 유배체험실, 남해유배문학실 등 4개의 전시실과 유배문학연구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실제 유배 길에 오르는 듯한 소 달구지 감옥 체험, 3D 영화 상영, 상소문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니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

관계자의 따르면 유배문학관이 건립된 후 매일 2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주말에는 그 수가 10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에는 포항의 유배문화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전국의 유배지를 소개하고 그곳을 다녀간 성현들을 알리는 자료에도 경북지역은 아예 흔적조차 없었다. `왜 포항이 없느냐`는 질문에 “포항에도 유배지가 있었느냐”는 현지 문화해설사의 답변이 마음 아픈 순간이었다.

향토사학자 황 인 선생은 “비교적 명확한 자료만을 근거로 했을 때 장기에는 송시열, 정약용, 설장수, 홍여방, 박팽년의 인척들, 양희지, 김수흥, 신사철 등 옛 성현들이 유배 생활을 했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료들까지 더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반면 이들의 학풍을 보전한 서원과 가옥 등은 단 1채도 남아있지 않다. 후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우선 이들의 가옥만이라도 복원해 관광자원화하면 포항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경북지역 유배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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