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시인 민병도의 제 13시집`원효`는 한국의 위대한 승려 원효(元曉)의 생애와 사상을 108편의 시조로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한 권의 시집 전편이 세계적인 고승(高僧) 원효의 삶과 사상을 언어의 노래로 복원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29편의 단시조로 된 제1부 `생애`편은 각 작품마다 그 말미에 주석의 형태로 전해져 오는 역사적 사실과 설화를 덧붙여 원효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드높이고 있다. 원효의 중심 사상인 일심(一心)을 무애(无涯)의 실천 방법으로 노래한 시 `일체무애인`을 보자. “바람이/모습을 버려/걸리지 아니하듯//물이/형상을 버려/막히지 아니하듯//사람이/사람을 버려/바람이요/불인 것을” 이 시는 일체무애인(一切无涯人) 원효의 삶과 사상을 절묘하게 노래하고 있다. 제2부의 `일심`의 24편, 제3부 `화쟁`의 21편, 제4부 `무애`의 22편의 시조는 원효의 종교적 삶을 노래로 복원해내고 있다. 그리고 제5부 `설화`의 12편은 말 그대로 <삼국유사> 등에 전해져오는 원효의 삶을 배경 설화와 함께 기술되어 있어 시를 읽는 재미가 더욱 증폭된다. 민병도의 새 시집`원효`를 다 읽고 나니 원효의 삶과 사상이 훌쩍 내 곁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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