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기(宮城)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 교외의 한 공터에서 23일(현지시각) 집단 장례식이 열렸다.

폭이 1m도 채 안 되는 구덩이마다 내려진 36개의 나무관을 앞에 두고서 자위대원들은 경례를 붙였고 망자의 가족과 친지들은 눈물로 작별인사를 했다.

무덤에는 묘비도 없이 묻힌 이의 이름만 적힌 조그만 나무말뚝만 남았다.

히가시마쓰시마의 이날 장례식은 화장(火葬)률이 99.9%(2008년 기준)에 달했지만 지난 11일 동북부 지역을 덮친 대지진과 쓰나미로 상상을 초월하는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임시 매장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정부의 공식집계로는 지금까지 사망자는 9천400명을 넘었고 실종자는 1만 5천 명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시 안치소는 쏟아지는 시신을 더 수용할 공간이 없는데다 화장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신 수는 턱없이 적다.

재활용처리장으로 쓰였던 이곳 히가시마쓰시마 공터에는 지난 이틀간 시신 60구가 묻혔고 현재 400구가 매장을 기다리고 있다. 당국은 이곳에 총 1천구가 묻힐 것으로 잡고 있다.

히가시마쓰시마의 공무원인 고노 하츠히로는 “이 지역 화장장에서는 하루에 시신을 6구밖에 처리할 수 없다”며 마을 상황이 외관상으로라도 정상을 되찾으면 매장된 시신을 다시 발굴해 전통 방식대로 화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지진과 쓰나미가 마을을 폐허로 만들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앞날도 막막한 상황에서 시신을 재발굴해 다시 화장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지 수년이 걸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