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마을주민
공동연대로 송계숲 관리
산불 예방 등 효과 톡톡

“한 번에 대량 벌채를 금한다. 나무를 베면 대가를 지급하고 규율을 어기면 벌금을 문다”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송계숲을 근간으로 한 조선시대 송계부(松契簿)의 내용이다.

송계부는 집성촌인 덕동마을의 여강이씨 문중이 소나무 몫으로 땅을 내어 줘 마을 사람들이 그를 경작해 얻어진 소출로 숲을 관리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송계숲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공동 관리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 장부다.

돈이 남으면 마을 어른들의 회갑연이나 동네 일에 썼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도 논 두마지기, 밭 여섯마지기가 이 숲의 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마을 주민들이 소나무를 관리함으로로써 마을의 공동연대를 모색한 셈이다.

6.25 전쟁 이후 일부가 소실됐으며 일부는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공동 관리하고 있다.

식목일을 앞두고 덕동마을 주민들이 선조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주민 1인 당 나무 1그루를 관리하는 `나무 명찰제`를 시행, 산불예방 등 산림자원 보호에 큰 효과를 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덕동마을에는 마을이 형성된 1600년대 초기에 조성된 섬솔밭(965㎡), 정계숲(1천878㎡), 송계숲(2천374㎡) 등 5천217㎡(1천578평) 규모의 숲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이 마을이 포항에서도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곳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피서철과 봄, 가을 마다 시민들로 넘쳐났다.

야영객이 늘면서 덕동마을 숲 곳곳은 각종 쓰레기로 오염됐고 급기야 마을 주민들이 숲 지키기에 나섰다.

주민들은 지난해 3월부터 나무와 주민들을 1대 1로 연결해 책임 관리하는 나무 명찰제를 도입했다.

현재 섬솔밭 소나무 50여 그루 가운데 30여 그루에 관리를 담당한 주민의 이름이 적혀 있다.

주민들은 틈 나는 대로 각자 관리를 맡은 나무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

나무 명찰제를 시행한 이후 쓰레기 불법 투기, 취사 등 시민들의 불법 행위가 크게 줄었다고 주민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은 “예로부터 나무를 중요시해 온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고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나무 명찰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취지는 다소 다르지만 주민 한 명 한 명이 나무를 사랑하고 각별히 돌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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