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명문대에 고시 패스
정부 노른자위 보직 거쳐와

의문의 중국 여성 덩모(33)씨와 불륜 파문을 일으킨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은 한결같이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시 등을 거쳐 정부기관의 핵심요직에 오른 최고 엘리트들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도덕성과 사명감을 생명으로 해야 할 자리에서 `교민 보호`라는 외교관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교민의 아내`인 주재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데다 국내 정·관계 주요 정보와 기밀이 유출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외교와 공직사회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불륜 파문의 주인공 격인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무행정의 유망주였다.

덩씨에게 비자를 부정 발급한 것으로 확인된 H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무부 검찰사무직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놨다. 덩씨에게 비자를 부정 발급한 것으로 확인된 H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무부 검찰사무직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놨다.

덩씨에게 “내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는 자필 각서를 써준 지식경제부 소속 K(42) 전 영사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 정부 부처에서도 노른자위 보직으로 꼽히는 인사팀장을 지낸 기대주로 알려졌다. 촉망받는 엘리트였던 K씨가 사정이야 어찌됐든 주재국 여성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손가락을 잘라드리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줬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덩씨와 얼굴을 맞대거나 껴안다시피 한 사진을 여러 장 찍은 것으로 밝혀진 외교통상부 소속 P(48) 전 영사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발령받아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덩씨의 USB 메모리에 담긴 정부·여당 고위층 연락처의 원(原) 소유자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20여 년 전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어교재 `거로 Vocabulary Workshop`의 저자로,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고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에 대해 주재국 일선에서 뛰는 영사들이 현지 고위층과의 `채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지만, 교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외교관의 책무를 고려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훨씬 더 강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