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정원 잠입의혹 맹추궁..與 “말하기 어려울 것” 두둔

국정원장 다음날 11시 알았는데 국방차관 당일 저녁 인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4일 오전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는 국정원의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이 계속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된 비공개회의에서 야당 정보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무능을 드러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사퇴요구도 거론됐다.

 야당 의원들이 “모 언론이 국정원 특정파트인 산업보안국까지 명명, 그 소속 직원이 (잠입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해당 국장이 소위 ‘영포라인’이어서 원장도 보고를 늦게 받고 3차장은 보고도 못 받은 게 아니냐”, “정상적 보고라인이 작동하지 않는 등 내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원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야당측이 “인사도 ‘대륜고 라인’, ‘SD(한나라당 이상득 의원)라인’이 다 주무른다더라”며 “정보공유와 기관협조 등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따지자 원 원장은 “그럴 필요성이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정보 총괄기관으로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사퇴를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최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오늘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조였다”며 “국정원은 사건 보도 후 아무런 파악도 안하고 있었느냐는 질의에 ‘관계된 일이 아니라서..’라고 답했다가 ‘파악은 하고 있지만 경찰수사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국정원 입장에서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두둔하는 등 여야 정보위원간 온도 차도 뚜렷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기관이 밝힌 인지시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이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시간이 사건 발생 다음날(2월17일) 새벽 3시40분인데 국정원장은 7시간 이상 지난 오전 11시에 보고받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월16일 9시27분 사건이 발생하고 25시간 이상 지났는데 국정원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여당의 한 정보위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장이 그렇게 늦게 인지했다면 내부보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한 “인도네시아 파견 무관인 문모 대령이 사건 신고의뢰를 받은 시간이 당일 오후 8~9시 사이인데 국방차관이 오후 6시에 인지한 것은 사전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3차장이 사건 다음날 오전 11시 이후에 알았고 기무사령관은 그 다음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남대문경찰서장은 서울청장에게 사건발생 다음날 오전 7시30분에 문자로 보고했고 서울청장은 서장에게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같은 날 오전 8시30분에 본청 형사과정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박종준 차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에서 ‘외교적 문제가 상당히 걸려 있으니 수사에 보안 유지를 해 달라’고 (경찰) 수사라인에 얘기해 왔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원 원장은 국내 언론의 ‘특사단 숙소 잠입’ 보도를 언제 알았냐는 질의에 “일요일(보도 전날)에 알았다”고 답변했고 국정원을 인용하지 않는 매체가 어디서 취재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알고 있지만 밝힐 수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최 의원은 전했다.

 한편, 국정원 업무보고 과정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 간에 때아닌 ‘불임여성 발언’ 논쟁‘까지 벌어졌다.

 박 원내대표가 원 원장을 질타하던 자신의 말을 자르고 원 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 의원에게 “당신이 국정원차장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이 의원이 “아니 왜 소리를 지르느냐. 애 떨어지겠다”고 항의하면서 감정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애 떨어진다니..애 밸 나이는 지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고 현장에 있던 한 한나라당 의원이 전했다.

 곧이어 이 의원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박 원내대표에게 “내가 불임여성이냐. 성희롱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고, 같은 당 여성 의원인 이두아 의원도 “윤리위에 제소될 수 있으니 속기록이라도 지우시라”고 거들었으나 박 원내대표는 “아이 낳을 나이냐고 반문한 것이지 불임여성이라고 한 게 아니지 않느냐. 됐다”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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