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비선도 중 선녀(좌)불국사 대웅전(우)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분류된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보물, 중요민속자료,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로 분류된다. 그 중 보물은 건조물, 전적,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고고자료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고,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가운데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국사하면 다보탑(국보 제20호)이나 석가탑(국보 제21호) 그리고 대웅전 앞 자하문을 오르는 청운교 백운교(국보 제23호)와 극락전 앞 안양문을 오르는 연화교 칠보교(국보 제22호)를 떠올린다. 이곳은 불국사를 찾는 사람들의 단체사진 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불국사가 사적명승 제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고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터라 사람들은 불국사의 대웅전도 당연히 국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불국사 대웅전은 아직도 국보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2010년 4월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의 전체 국보 314점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224점으로 71%에 달하고, 보물의 경우는 전체 1천621점 가운데 불교문화재가 1천134점으로 전체 보물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불국사의 대웅전은 당연히 국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국사 대웅전은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창건되었고 조선 선조 26년(1593)에 왜병들에 의해 석조물만 남기고 전소된 후 현종 1년(1660)에 상부 건물을 중창한 불국사의 중심 법당이다. 그러니까 하부 석조물인 기단부와 주초는 신라 때의 것이고 상부 건물은 조선시대의 것이니 그 가치가 국보급에는 부족한 것으로 그동안 인식되어왔던 것 같다.

2009년 여름 불국사 대웅전을 국보로 승격시키기 위해 현지 조사를 갔을 때였다. 대웅전의 천정은 높은 보개천장으로 우물반자로 꾸며져 있었고 천정에 그려진 비선도에는 우주를 유영(遊泳)하는 모자를 쓴 선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선녀의 얼굴에 콧수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선녀 얼굴에 콧수염이라…

도대체 이 벽화를 그린 화백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악기를 연주하며 유영하는 다른 선녀들은 모두 여성인데 유독 모자를 쓴 준엄한 표정에 콧수염까지 그려진 이 사람은 혹시 벽화를 그린 화백의 자화상이 아니었을까.

신라의 대목(大木)과 조선의 대목이 합작한 대웅전이 하루속히 국보로 승격되기를 기대하면서 앞으로 불국사 대웅전을 찾을 땐 내부 천장과 바닥에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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