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로 아내 잃은 최양호씨

“하루빨리 복지재단이 설립돼, 유족을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8년 전 지하철 사고로 아내를 잃은 최양호(57)씨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움큼의 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우울증 약을 비롯해 수면제 등 무려 수십알을 하루에 먹는다고 했다.

유족회·희생자대책위 통합돼야

두 아들 잘 자라준게 정말 대견

처음에는 하루 1알씩 수면제를 먹었지만 이제 내성이 생겨 8개의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다. 혼합형 불안우울 장애에다 알콜의존성 증후군 등으로 몸은 이미 종합병동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몸이 이렇다 보니 하는 일도 없다.

당시 운영하던 운수업체는 사태수습을 위해 지인한테 맡겨놓았으나 곧이어 부도가 났다.

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부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결국 돈만 날린 채 업체는 문을 닫았다. 지금은 그저 아픈 몸을 움직이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방안 한편에 있는 제기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 아내 기일인데 제수 음식도 만들 수 없고 답답할 뿐입니다”

최씨는 아내(당시 47세)가 지하철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신적 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 것은 그때 고2, 중2 학년이었던 아들이 대학생으로 각각 잘 자라준 게 대견할 뿐이라며 자위했다.

하지만, 최씨는 “큰애가 당시의 후유증으로 밥을 먹다가 이유없이 토하는 증세로 고생하는 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덧붙였다. 작은 애는 형편이 좋지 않아 복학을 미루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절은 이제 기억도 하기 싫습니다. 지금이라도 2·18 유족회와 희생자대책위원회로 분리된 단체가 합리적으로 통합돼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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