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作 `Nocturne`
온 천지가 하얗다. 전국에 눈 폭탄이 며칠째 내리고 있지만 새순은 너무나 밝은 모습이었다. 잘린 나무막대기 둥치에 새순이 돋았다. 다른 설치 전시를 하려고 삽자루 굵기보다 약간 큰 막대기를 구할 때 여벌로 몇 개를 더 준비했다. 작업 구상을 위해 작업실 귀퉁이에 자루에 넣어서 갈무리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나뭇가지가 필요해서 자루를 열었다. 나뭇가지에 움이 터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버드 나뭇가지에 숨겨져 있던 생명에너지가 나타나 신기하게도 새순이 돋아났다.

생명력은 사찰 전설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고승의 지팡이가 생명을 가져 수백 년을 훨씬 넘긴 몇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는 것은 멀리 있던 사실이 아니라 주변에 많이 있는데 우리가 자루를 열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생명력은 우리의 우연한 생각 틈새에도 있고, 자루 속에도 있고, 생각하지도 않은 빈틈에도 분명히 있다.

나뭇가지의 새순이 빛을 내고 생명의 빛이 물을 머금고 그 물들이 불꽃처럼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새처럼 땅이나 우리의 마음속에 안착하기도 한다.

♠ 서양화가 양준호(Yang JUNO)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미학·미술사박사과정 졸업

-개인전18회, 단체전 다수.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대구비평연구회·한국미술가협회·TAC·TCAA회원.

-016-334-6607, junou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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