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옆에 위치한 퀸스로드. 도축장 시절 밤이면 아예 얼씬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도 찾기 어려웠다. 비라도 오는 밤이면 도축장에 끌려온 짐승들의 처량한 울음소리도 들렸다는 게 주당들의 안주거리로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던게 사실. 지금의 퀸스로드는 지난날 도축장의 어두컴컴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유럽풍의 스트리트 형 매장으로 완전히 모습을 바꿨다.

■도축장서 유럽풍 패션타운으로 변모

지난 11일 퀸스로드앞 광장. 5천여평의 대지위에 깔끔히 정돈된 2층 건물 10개 동이 나란히 늘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요즘 인기 있는 후부, 베이직, 인터메조 등의 메이커가 눈에 들어온다. 유럽풍의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이곳이 과거 도축장이었음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전벽해가 돼 있었다.

지난 2003년 정통 유럽형 아울렛단지로 개장 이래 8년이 지났다. 현재 100여개 매장이 건물을 따라 줄지어 손님을 맞이한다.

매장은 동별, 층별로 △남성캐릭터, △트레디셔널, △이지캐주얼, △진캐주얼, △스포츠캐주얼, △여성캐주얼, △골프웨어, △아동복, △수입명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로드숍 매장은 백화점 형태에 비해 면적이 넓기 때문에 각 브랜드마다 최근 출시한 다양한 제품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 퀸스로드만의 장점.

퀸스로드 관계자는 “브랜드별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디스플레이에서부터 고객시선에 맞춘 진열방법까지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에게 인기 있다”고 말했다.

■공원과 연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약 4천여평의 중리공원을 끼고 있는 퀸스로드는 쇼핑센터라는 느낌보다 거대한 공원 한가운데에 와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공원에는 작은 무대와 분수대, 체육시설을 비롯,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어 물건을 사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기다, 피곤해지면 산책으로 분위기 전환에 그만이다.

이날 오전 공원 곳곳에서는 운동하러 나온 인근 주민 몇몇이 눈에 띄었다.

공원에서 만난 김성덕(72)할아버지는 집이 부근에 있어 운동 겸 간단한 쇼핑도 할 요랑으로 할머니와 함께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퀸스로드가 잘 나가던 시절 분수대 앞 광장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 뿐 아니라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공연도 자주 열렸다. 하지만 공연 구경한 지가 한참 지난걸로 봐 여기도 경기불황을 비켜가지는 않는 것 같다”며 과거와 비교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퀸스로드는 개장이 후 3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다. 퀸스로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유통과 의류 관계자들도 많이 찾았다.

물건구매로 이어지는 빅이벤트도 자주 열렸고 연간 수억원의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권리금이 1억원이 넘어가는 가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경기불황탓에 요즘은 매출액이 많이 줄었다.

퀸스로드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간 총 매출이 1천억원이 넘는 적도 있었다. 요즘은 연 매출이 500억~600억원 정도로 과거에 비해 줄어들어 경기불황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얇아진 지갑으로 인한 내수부진의 원인도 있지만 아울렛 매장의 증가 등도 매출부진의 한 이유가 된다”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김천, 구미, 왜관, 성주 등 인근 지역주민들이 매출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각 지역과 대구 외곽지에 속속 아울렛매장이 생겨나 유입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과거처럼 내수회복이 쉽지 않은게 현재 퀸스로드가 처한 현실.

■퀸스로드는

퀸스로드는 지난 2003년 3월 대구 도시계획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도축장이 지역으로 이전되고 아울렛 매장으로 문을 열었다. 처음 오픈당시는 아울렛 매장의 선도업체였으나 그후 성서의 모다 아울렛을 비롯, 여러 업체가 생겨나 경쟁중이다. 앞으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와 월드컵공원 등에도 매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더욱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전체 매장중 10% 정도는 정상품을 판매하고, 나머지는 할인판매(평균 할인율 40%~70%정도) 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시청을 중심으로 20분~30분 거리이며, 지하철을 이용하면 2호선 감삼역에서 내려 버스로 5분 정도 걸린다.

/이창훈기자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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