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면서 외식업체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10일 돼지 삼겹살(500g) 소매가가 7천400원이었던데 비해 이달 9일 소매가는 1만2천400원으로 두 달 만에 5천원(67%) 인상됐다.

소매가가 인상되면서 학교 급식 식단에서 돈가스 배급 횟수가 줄어드는 가 하면 판매가 상승에 따른 소비 급감으로 족발집이 휴업을 하는 등 관련 외식업체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포항시 북구 우현동 한 고등학교의 경우 최근 급식 식단에 돈가스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학교 영양사 박모(26·여)씨는 “돼지고기 납품업체의 물량도 부족한데다 구제역 파동으로 학교 급식식단 메뉴에 돈가스를 넣기가 꺼려진다”며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이 인상되면서 한달에 5번 정도 식단에 올랐던 돈가스 배식이 지금은 한 번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북구의 또 다른 고등학교 영양사 박모(28)씨도 “돼지고기 단가가 두 배 이상 올라서 부담이다”면서 “구제역 여파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돼지고기 섭취를 꺼리는 경우도 있어 돈가스와 두루치기 등 전체 돼지고기 메뉴를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최근 급등한 돼지고기 값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 중화요리점 길성반점은 평소 ㎏당 4천200원에 들이던 돼지 뒷다리살이 9천원까지 오르자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길성반점 사장 박원철(53)씨는 “야채, 밀가루, 춘장 등 전반적인 재료 값이 올랐지만 돼지고기 인상폭이 가장 크다”며 “그나마 인건비와 임대료가 없어 현재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벌써 인근 중화요리점 한 곳이 폐업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장충동왕족발 포항점도 판매가격을 2천원씩 인상했다.

보쌈에 사용되는 돼지 전지(앞다리)가 물량 부족으로 구제역 발생 전 ㎏당 6천500원에서 1만3천원으로 인상됐고 족발에 쓰이는 돼지 족 부위도 ㎏당 6천150원에서 1만5천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백운현(48) 사장은 “구제역 발생 전 주말 하루 평균 배달량은 60~70개 상당이었는데 현재 30~40개까지 줄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구제역 파동에 휴업을 하는 족발집도 증가하고 있다.

박완목 한국음식업중앙회 포항북부지회장은 “돼지고기 공급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 등으로 회원들 사이에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휴업을 한 업체도 늘고 있어 족발집이 특히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죽도시장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인숙(54·여)씨는 “30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돼지고기 값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주 고객층이 죽도시장 내 영세업주라 식사 한 끼에 5천원을 넘어서면 부담스러울까봐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돼지고기값 폭등에 혀를 내둘렀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의 수는 300만마리에 이르며 이 가운데 90% 이상을 돼지가 차지하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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