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가장 가난한 곳에서 모든 것을 바치며 불꽃처럼 살았던 이태석 신부.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는 어쩌면 그가 평생 품어 왔고 이 세상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소망이자 남기고 싶은 유언이었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이 세상 모든 이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달라는 그의 간절한 부탁 말입니다. 사랑만이 희망임을 삶으로 보여 주고 떠난 그의 아름다운 영혼이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합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의 `에필로그` 중에서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일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동반해 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런 누군가를 우리는 `친구`라고 부른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친구를`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고(故)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사 펴냄)는 한 수도 사제의 아프리카 사랑 이야기이다.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프리카 수단 그리고 남부의 작은 마을 톤즈. 저자는 선교 사제로, 의사로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8년째 톤즈 사람들과 함께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짧은 생애동안 어쩌면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휴먼다큐멘터리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할 수 있는 이태석 신부가 문명과 동떨어진 아프리카 수단의 오지에서 8년간 생활하면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그곳 사람들에게 의술을 베풀고 그곳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터를 만들어 주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아름답게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문화적 차이를 잔잔하게 써내려간 한 편의 가슴 찡한 실화이다.

가난을 부유함으로, 고통을 기쁨으로, 척박한 땅을 비옥한 땅으로 바꾸어 줄 수는 없지만 그 가난과 고통을 함께하며 살고자 떠난 곳에서 만난 지구 반대편 이웃들의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제라는 신분을 넘어서서 평범한 이웃의 한 사람으로, 아픈 곳을 살피고 치료해 주는 의사로, 그리고 다양한 악기와 즐거운 노래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아가는 저자의 체험이 담긴 따뜻하고 감동적인 휴먼 에세이이다.

가까운 곳에 언제든 마실 물이 있고,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을 켤 수 있고, 어느 곳에서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바로 이 책은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한 사람의 사랑으로 가난 속에 번져 가는 고결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한 힘은 실천하고 행동하는 데 있음을 이 책은 행간 구석구석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단단한 것들을 녹이고 행복을 싹트게 하는 기적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배우게 되는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전쟁과 가난으로 생긴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타와 오르간으로 시작된 음악반이 4년 뒤엔 트럼펫, 클라리넷, 트롬본, 튜바 등의 악기로 구성된 서른다섯 명의 브라스밴드부로 성장했습니다. 음악을 너무나도 쉽게 배우고 연주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피에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보잘것없는 이 아이들에게 미리 탈렌트의 싹을 심어 놓으신 하느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에 또다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책 머리에`에서)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순수한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목숨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러한 드러나지 않는 `홀로 투쟁들`은 이 세상을 좀 더 가치 있는 세상으로 변화하게 하는 강한 힘이 아닐까. 첫사랑의 진실되고 순수함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의 `초신(初心)`의 향수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그렇고, 신앙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것은 그 가치 있는 순수한 것들을 물질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의 고귀한 `똥고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끝나지 않은 러브 스토리` 중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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