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외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엇인가에게 빠져들려고도 하고 일에 빠지든 독서를 하든 음악, 그림그리기, 스포츠, 여행, 그렇게 외로움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보면 외로움이란 자체를 즐긴다.

다시 말해 외롭지 않으면 작업할 수 없다. 그 속에 내 작품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그림은 해방과 자유이며 감옥과 구속의 존재이다.

반면, 작가는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공간이 되며 작가와 타자의 지적여행을 위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나의 최근작은 보다 열려진 공간으로서 창시리즈로, 어울림, 시간 여행처럼 호분을 통한 두터운 질감표현으로 나타나는데 이제는 과거와 현재 모두를 담아내는 일정한 내재율처럼 스며드는 뜨거운 율동의 느낌을 가진다. 거기에는 일정한 호흡이 있고 동적인 뜨거움이 있다.

긴장된 화면이 갑자기 터져 버릴 것만 같은 동적인 화면, 난로위에 놓여있는 주전자에 손을 데일 것만 같은 긴장감, 검은색과 붉은 색으로 대조를 이룬 화면 그 밑에 거무칙칙한 빛의 어두움으로 스며있는 난로, 세월 속에 흐르는 꿈과 기억 등 그의 아이콘은 우리에게 존재의 이유를 상기 시킨다.

그러고 보면 나의 생각은 보는 이에 의해 합쳐져 또 하나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기억과 망각, 시간을 통한 삶과 죽음, 어울림과 구속적 인연, 과거와 현재 등 서로의 극과 극을 바라보는 나의 작품은 수묵실험을 통해 새로운 존재성을 향한다.

1월 중순 토요일, 눈 내리는 동해바닷가에서는 바야흐로 겨울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직 차가움은 덜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하늘, 사방으로 펼쳐지는 지평선, 뭉게구름, 청청한 풍력발전소, 우리는 웅웅 소리나는 큰 발전소 옆에서 사진도 찍어 본다.

해지는 석양에 붉은 빛으로 홍조띈 볼을 스치는 겨울바람 느끼며 나의 가슴에는 눈을 녹일 것 같은 따뜻한 바람이 스친다.

맘대로 흔들려 보고 싶지만 아직은 처음이라 너무 은근하고 뜨거우며 당황스럽다. 속 깊숙이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을 조금 조금씩….

그러나 화실로 돌아오니 얼얼한 체감만 줄뿐 바람은 스치지 않는다. 바람아 불어다오. 겨울바람아. 조금씩만….

♠ 한국화가 김하균

-개인전 6회 (봉산미술제 초대전, 우봉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일본 naw gallery)

-대구시전 최우수상 수상 (2003년)

-국내 단체전 200여 회

-해외 단체전 20여회 (일본, 중국, 브라질, 프랑스 등)

-대구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현재:한국미협, 동질성회복, 영남한국화회, 대구현대한국화회 Mavericks회 회원, 경북예술고등학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