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바다도 저 짝 산이랑 똑 같데이. 높은 기 있고 낮은 기 있고 산에 나무처럼 퍼런 잎이 너불거리고”
새북에 일아나가 젤로 먼저 하는 일이 텔레비 키고 날씨 듣는 기다. 요사는 전화만 해도 날이 우짠지 다 말해주이 얼매나 팬하노. 그래 마 날이 좋다카믄 후딱 밥 한 종지 긁아 묵고 7시믄 물로 안뛰드나. 그라고는 지각끔 방구마다 붙어가 미역을 끊는 기라. 저기 저 자루로 두 나 할라믄 한 나절이 넘기 걸린다. 기 나오믄 어데 점심 묵을 새가 있겠노. 볕 좋을 적에 퍼뜩 널어 말리야재. 받아주는 사램이 있으믄 쪼매 수월타만 사램을 구해 써야 하는데 그기 숩지 않다. 점방에 가가 우유 하나 사다 퍼뜩 묵고 막바로 앉아 실한 놈은 실한 놈끼리 짝 맞춰 쫄로리 널아야 아까분 봄볕으로 앤놓칠기 아이가. 꾸다리 하나에도 내 손이 세 분 이상은 가야하고 팔아 묵을 때까지 저눔 미역한테 열 번 이상 손이 가야 한다.
방구마다 다 주인이 있는 기라. 그기 미역돌이라 카는 긴데 옛날에는 돈이 생기믄 논 사고 싶은 사램으는 논 사고 방구 사고 싶은 사램은 방구로 샀다. 딴 데는 방구 가주고 자꾸 쌈질을 해대이 마 한 불에 싸잡아 공동으로 머시 뜯아 묵지만 우리 동네는 사람들이 순해가 남 것 탐도 안내고 인심이 좋아 아적도 지 방구 지 따 묵고 산다. 우리 방구는 시아부지가 물려준 긴데 참 좋다. 내가 시집와가 물질할 때부터 따 묵았으이 저것이 밭이고 논이재. 내가 그 방구 덕분에 용사처럼 바다를 드나들매 살았다 아이가. 그렇다꼬 머시 돈을 모닸나 집을 지았나 암것도 없다. 하지마는 이래 문디 같은 오두막살이에 기들아 갔다 기나갔다 살아도 내는 내가 참 기특타. 와그라는 줄 아나? 한량 영감 일찍 보내고 자슥 8남매 무사히 다 키워가꼬 부산이고 울산이고 골골 짝짝 조선천지 다 심어 놨으니 우예 안기특켔노. 내는 말이다. 인자 암것도 부러울 기 없다. 물질로 마이 해가 나오매 방구에 무르팍이 하도 찍히 이래 다리 쪼매 아픈 거 말고는 앤즉 몸도 성채 울 자슥들 맨날 지들에미 걱정해주고 울 손자 놈들도 손톱 하나 망가진 눔 없이 잘 크재 머시 근심이겠노.
그라고 이 쪼매한 집이 말이다. 저 바다로 다 들봐다 보는 멋진 전망대다. 여서 이래 보믄 말이다. 전복 딸 직에 해녀들이 큰 거는 어촌계에 주고 쪼맨 거 몇 놈 장에 내다 팔라꼬 궁기에 숨기 놓을 적이 있다. 궁기, 그기는 우묵한 방구 구녕을 그래 부르는 기라. 여서 보믄 누가 몇 궁기에 전복 숨겼는지 다 안다. 그래 놀린다고 해녀 나오는 거로 보고는 이년아 내가 다 찔라뿐다. 니 궁기에 전복 숨겼재? 이라믄 주디에 손가락을 세우매 아이고 저눔의 늙은이 우리 물질 할 때는 부산 딸네 집에 쫌 보내뿔자 이란다. 그라믄 마 웃재. 사는 기 다 고만고만한데 와 모르겄노. 그 맴 죄다 알고 말고다.
야야, 바다도 저 짝 산이랑 똑같데이. 높은 기 있고 낮은 기 있고 산에 나무처럼 퍼런 잎이 너불거리고 오색이 찬란하재. 옛날에는 솥뚜껑만한 전복이랑 안게이, 문애, 천지빛깔이었다. 가찹게 가믄 문애란 놈은 슬슬 달라빼지만 다른기야 다 내 손에 오는 기지. 그란데 지금은 없다. 먼데로 다 달라뺐는 동 우쨌는 동 참말로 큰일이재. 가마있자 연고 좀 골라봐라. 이기 몇 개나 있는데 머시 어데 바르는 긴지 알아야 면장을 하재. 엊그제 미역 풀면서 배 걸아둔 쇠에 걸리 찢깄나 보다. 발등이 팅팅 부아가 앤 내리네. 내는 살이 특별나서 쭉 째져도 젊어서는 약하나 앤 바르고 다 아물디만 인자 늙으니 별기 다 성을 내고 지랄이다.
우짰든 올개는 내가 머리를 쪼매 못굴리가 심도 마이 들았고 손해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 딸네 며늘네 보따리 보따리 싸주면 푹푹 끓이 묵을 때마다 지 에미 생각 앤하겠나. 이 미역 팔아가 손주놈들 손에 몇 푼씩 쥐카주믄 지들 입으로 맛난 거 앤 들어가겠나. 그기 젤로 좋은기 아이가. 그재?
/권선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