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바다도 저 짝 산이랑 똑 같데이. 높은 기 있고 낮은 기 있고 산에 나무처럼 퍼런 잎이 너불거리고”

음력 2월부터 3월까지만 따믄 미역도 끝인 기라. 그라이 죽든 동 살든 동 아까분 맴에 또 기들어가 따는 기지. 아고 올개는 내 팽생에 보도 듣도 몬한 물풍년인기라. 하마 2월 초에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와가 하는 말이 머시 우리 돌 방구에 미역이 천지로 붙었다카데. 그란데 그 말로 앤믿었다. 그짓말로 하는 줄 알았재. 마 그때 퍼뜩 드갔으면 을매나 마이 했겠노. 인자 다 늙아가 숨도 차고 심도 디게 든다. 내 나이 팔십이니 사람이가 귀신이재. 그라도 우야노. 가마이 서가 쳐다보믄 조 짝 우리 방구에 미역이 너불너불 한기 눈앞에 보이는데 안드가고 배기나. 자슥들으는 인자 어무이 나이 마이 묵았으니 사람 사서 물질 시키믄 팬타고 지발 그라라고 하지마는 시키보이 성에 안차고 돈으는 돈대로 나가고 답답기만 하드라. 내가 이래뵈도 대보부텀 강사꺼정 다 디비도 따라 올 년 없는 최고 해녀 였는데 안글캤나. 심들어도 내가 마 드가는 게 속팬타.

새북에 일아나가 젤로 먼저 하는 일이 텔레비 키고 날씨 듣는 기다. 요사는 전화만 해도 날이 우짠지 다 말해주이 얼매나 팬하노. 그래 마 날이 좋다카믄 후딱 밥 한 종지 긁아 묵고 7시믄 물로 안뛰드나. 그라고는 지각끔 방구마다 붙어가 미역을 끊는 기라. 저기 저 자루로 두 나 할라믄 한 나절이 넘기 걸린다. 기 나오믄 어데 점심 묵을 새가 있겠노. 볕 좋을 적에 퍼뜩 널어 말리야재. 받아주는 사램이 있으믄 쪼매 수월타만 사램을 구해 써야 하는데 그기 숩지 않다. 점방에 가가 우유 하나 사다 퍼뜩 묵고 막바로 앉아 실한 놈은 실한 놈끼리 짝 맞춰 쫄로리 널아야 아까분 봄볕으로 앤놓칠기 아이가. 꾸다리 하나에도 내 손이 세 분 이상은 가야하고 팔아 묵을 때까지 저눔 미역한테 열 번 이상 손이 가야 한다.

방구마다 다 주인이 있는 기라. 그기 미역돌이라 카는 긴데 옛날에는 돈이 생기믄 논 사고 싶은 사램으는 논 사고 방구 사고 싶은 사램은 방구로 샀다. 딴 데는 방구 가주고 자꾸 쌈질을 해대이 마 한 불에 싸잡아 공동으로 머시 뜯아 묵지만 우리 동네는 사람들이 순해가 남 것 탐도 안내고 인심이 좋아 아적도 지 방구 지 따 묵고 산다. 우리 방구는 시아부지가 물려준 긴데 참 좋다. 내가 시집와가 물질할 때부터 따 묵았으이 저것이 밭이고 논이재. 내가 그 방구 덕분에 용사처럼 바다를 드나들매 살았다 아이가. 그렇다꼬 머시 돈을 모닸나 집을 지았나 암것도 없다. 하지마는 이래 문디 같은 오두막살이에 기들아 갔다 기나갔다 살아도 내는 내가 참 기특타. 와그라는 줄 아나? 한량 영감 일찍 보내고 자슥 8남매 무사히 다 키워가꼬 부산이고 울산이고 골골 짝짝 조선천지 다 심어 놨으니 우예 안기특켔노. 내는 말이다. 인자 암것도 부러울 기 없다. 물질로 마이 해가 나오매 방구에 무르팍이 하도 찍히 이래 다리 쪼매 아픈 거 말고는 앤즉 몸도 성채 울 자슥들 맨날 지들에미 걱정해주고 울 손자 놈들도 손톱 하나 망가진 눔 없이 잘 크재 머시 근심이겠노.

그라고 이 쪼매한 집이 말이다. 저 바다로 다 들봐다 보는 멋진 전망대다. 여서 이래 보믄 말이다. 전복 딸 직에 해녀들이 큰 거는 어촌계에 주고 쪼맨 거 몇 놈 장에 내다 팔라꼬 궁기에 숨기 놓을 적이 있다. 궁기, 그기는 우묵한 방구 구녕을 그래 부르는 기라. 여서 보믄 누가 몇 궁기에 전복 숨겼는지 다 안다. 그래 놀린다고 해녀 나오는 거로 보고는 이년아 내가 다 찔라뿐다. 니 궁기에 전복 숨겼재? 이라믄 주디에 손가락을 세우매 아이고 저눔의 늙은이 우리 물질 할 때는 부산 딸네 집에 쫌 보내뿔자 이란다. 그라믄 마 웃재. 사는 기 다 고만고만한데 와 모르겄노. 그 맴 죄다 알고 말고다.

야야, 바다도 저 짝 산이랑 똑같데이. 높은 기 있고 낮은 기 있고 산에 나무처럼 퍼런 잎이 너불거리고 오색이 찬란하재. 옛날에는 솥뚜껑만한 전복이랑 안게이, 문애, 천지빛깔이었다. 가찹게 가믄 문애란 놈은 슬슬 달라빼지만 다른기야 다 내 손에 오는 기지. 그란데 지금은 없다. 먼데로 다 달라뺐는 동 우쨌는 동 참말로 큰일이재. 가마있자 연고 좀 골라봐라. 이기 몇 개나 있는데 머시 어데 바르는 긴지 알아야 면장을 하재. 엊그제 미역 풀면서 배 걸아둔 쇠에 걸리 찢깄나 보다. 발등이 팅팅 부아가 앤 내리네. 내는 살이 특별나서 쭉 째져도 젊어서는 약하나 앤 바르고 다 아물디만 인자 늙으니 별기 다 성을 내고 지랄이다.

우짰든 올개는 내가 머리를 쪼매 못굴리가 심도 마이 들았고 손해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 딸네 며늘네 보따리 보따리 싸주면 푹푹 끓이 묵을 때마다 지 에미 생각 앤하겠나. 이 미역 팔아가 손주놈들 손에 몇 푼씩 쥐카주믄 지들 입으로 맛난 거 앤 들어가겠나. 그기 젤로 좋은기 아이가. 그재?

/권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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