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던 알파인 스키의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가 이번에는 `깜짝`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김선주는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지난달 31일 활강에서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겨 준 데 이어 1일 슈퍼대회전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땄다. 1분10초83의 기록으로 2위에 0.50초를 앞설 정도로 좋은 기록이다.

김선주가 두 번째 금메달을 딴 슈퍼대회전은 활강과 회전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종목이다. 슬로프의 경사가 가파르고 기문 사이의 거리가 길기 때문에 속도가 중시된다.

김선주 본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심 메달권 진입을 노렸지만, 주위에서는 입상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홈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워낙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대회 메달 목표를 세울 때도 활강, 슈퍼대회전, 슈퍼복합 입상 예상자 명단에 김선준의 이름을 뺐다.

대표팀 8년차 베테랑이자 국내 여자 알파인에서는 간판임에도 국제대회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던 김선주는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자갈이 섞여 있을 정도로 코스가 엉망인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훈련에서는 1분37초9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고 30일에는 카자흐스탄 간판 리우드밀라 페도토바를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는 김선주를 주목할만한 선수로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오히려 한국선수단에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김선주는 31일 활강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은 우승을 차지해 깜짝 놀라게 만들더니 이날도 여세를 몰아 또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일궜다.

김선주는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유혜민 이후 12년 만에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영광도 차지했다.

김선주는 중앙대 재학 시절인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는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따내 자력으로 출전해 회전과 대회전에서 각각 46위와 4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는 일본 여자 선수를 위협할 실력을 갖춘 유일한 한국 선수로도 꼽히며 승부근성과 집중력이 강하고 겁이 없어 코스 적응력이 좋다는 평이다.

김선주는 이번 대회에서 빛을 보기 전에는 고질인 무릎 부상 때문에 심하게 고생했다. 지난여름에는 어깨 연골을 다쳐 은퇴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고생은 이번 대회에서 딴 두 개의 금메달로 충분히 보상받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