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평창대회 개막 직전 완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겨냥해 만들어진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이 2011 국제스키연맹(FIS) 대륙컵 스키점프대회를 맞아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눈 옷`을 입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동계올림픽지구(C지구)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스키점프 경기장은 2009년 5월에 완성됐지만 지난해까지 제대로 눈을 뿌린 적이 없었다.

2008년 겨울에 영화 `국가대표` 촬영을 위해 오스트리아 기술진이 아직 완공 전이던 경기장에 눈을 입힌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였고 연습과 국제대회를 치르는데 걸맞은 수준의 슬로프를 갖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공 후인 2009년 겨울에는 예산 문제와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는 점 등으로 눈을 쌓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 멀쩡한 경기장을 두고도 지난해까지 해외를 떠돌아야 했던 대표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알펜시아 경기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눈 덮인 경기장을 찾아 해외 전지훈련을 해왔다.

일부 선수는 국제대회에 일정했지만 국내에 남아있던 선수들도 대회 개막 전까지 한번도 경기장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회 한 달 전까지 경기장에 눈 도포 작업을 마치려던 조직위원회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때문이었다.

조직위는 애초 인공눈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는 11월 말~12월 초부터 눈 쌓기를 시작하기로 하고 일본에서 관련 전문가를 초빙했지만 정작 그 시기에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제설작업을 하지 못했다.

기온이 적당한 수준으로 내려가자 이번에는 일본 전문가를 불러오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국내에도 20년 이상 스키장 슬로프 정비를 맡아온 베테랑 기술자가 여럿 있긴 하지만 스키점프대는 얘기가 다르다.

급한 경사면에 눈이 흘러내리지 않게 뿌리고 얼리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균일한 두께로 단단한 표면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관련 전문가가 전무한 상황.

일정과 초청 비용 등이 맞지 않아 결국 일본 전문가가 못 오게 되자 결국 국내 기술진들이 이전에 외국 기술자에게 교육받은 내용만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듯` 슬로프를 만들어야 했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대회 개막일 이틀 전에 겨우 슬로프를 완성했지만 이번에는 FIS 기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선수들이 활강해 내려오는 경사면은 문제가 없었지만 착지하는 부분이 고르지 않고 수평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조직위는 개막 전날 예정됐던 공식연습을 미루고 밤을 새워가며 다시 바닥을 다진 끝에 겨우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를 두고 대회 참가선수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날 우승자인 마차스 풍게르타르(21.슬로베니아)는 “유럽이나 북미 등 동계 스포츠 선진국 시설에 비해서도 최상의 수준이다”라며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문제없이 경기했고 선수경력에서 최고 기록도 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