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하루 동안의 폭설로 포항은 아수라장이 됐다. 6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눈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지만 도로 등 기간 동맥이 거의 차단돼 사실상 포항경제가 마비된 상황인 것이다. 급한 대로 공무원과 해병대 장병 등이 긴급 동원돼 눈 치우기를 하고는 있으나 역부족 상태다. 전 지역이 눈 폭탄을 맞다보니 하루 동안 매달려도 대로변에 승용차가 다닐 정도 밖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이 와중에 포항시에는 이날 집 또는 상가 앞의 눈을 치워달라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로변 눈 치우기도 벅찬 마당에 이런 요구는 너무 심하다. 전 지역이 비상상황이고, 대로변 제설 작업에만 수일이 걸릴 정도면 적어도 내 집 앞 눈만큼은 시민 스스로 치워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산불 진화 등 모든 험한 일들을 공무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됐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인 것이다. 논리상으로만 따지면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선진시민이라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비상상황이면 시민이나 공무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손발을 맞춰 먼저 응급조치부터 해야 한다.

주말부터 다시 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하니 이번 주 중에 소로 등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결빙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많은 잇따른 사고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수북이 쌓인 눈으로 나 다닐 수가 없어 식당 휴업 등 경제 질서가 마비된 지금, 왜 빨리 눈 치워주지 않느냐며 포항시만 압박하는 처사는 할 일이 아니다. 또 내가 아니더라도 옆의 누군가 해주겠지 하며 기다리는 자세도 곤란하다. 기업이나 지역이나 집단의 선진 의식은 위급에 처했을 때 어떻게 빨리 빠져 나가느냐에 따라 평가되기도 한다.

포스코를 선두로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일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포항시민들 쯤 되면 마음이 문제이지 제설 작업쯤이야 별 것도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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