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야당의원의 권한을 침해했지만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회부한 행위 자체는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앞서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법률안 가결 선포행위는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한 결정과 유사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28일 민주당 문학진 의원 등이 조약동의안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외통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인용)대 2(각하) 의견으로 권한 침해를 인정했다.

헌재는 “외통위원장이 회의장의 출입구를 폐쇄해 회의 주체인 상임위원 등의 출석을 봉쇄한 것은 질서유지권의 인정 목적에 정면으로 어긋나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청구인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못해 심의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헌법상 동의안 심의권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준안을 위원회에 올려 회의를 진행하고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한 행위 자체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재판관 6(기각) 대 2(각하)대 1(인용)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동의안에 존재하는 하자가 국회 본회의 심사에서 치유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다”면서 “처분의 위헌·위법 상태를 제거할 방법은 국회의 자율적 처리에 맡겨진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외통위는 2008년 12월 당시 박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한 뒤 한나라당 위원 11명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으며, 이후 비준동의안은 소위와 외통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 7명은 “야당 의원들의 의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