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편견·성차별 등 다양한 과제 성찰
한국 작가들 평론·소설도 함께 실려

“(…)나는 어머니이다/나는 안다/잠이 오지 않는 밤들을/아픈 아이의 머리맡에서 보내는 것이 어떤지/ 나는 살아낸다/ 다른 여인네들이 살아내는 온갖 일을/ 내 발걸음은 일터에서 돌아오는/ 겁 많은 비둘기의 종종거림./ 내 심장은/ 고양이의 두 발 안에 잡힌/ 무정함을 두려워하는 참새의 심장.(…)”

터키 여성 시인 귈숨 젱기즈(63)가 사회적 리얼리즘의 전통에 따라 노동자, 여성, 어린이들의 삶과 희망에 초점을 맞춘 사회의식을 담은 시 `나는 어떠한 지 안다`이다.

계간 문예지 `아시아`(발행인 이대환·작가)가 최근 펴낸 2010 겨울 제19호는 아시아 각국 문인들이 기고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주옥같은 글들과 터키 현대문학이 특집으로 꾸며졌다.

수록된 글들 하나하나가 제 삶의 터전에 근거하면서도 오늘날 인류가 사는 모습과 위기,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보편적이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서메한 필치에 담아 보여 준다.

특집에서는 터키 뿐 아니라 세계문학의 원로이자 거장인 야샤르 케말이 행한 연설문에 기초한 글이 실렸다.

케말이 보내는 상생(相生)의 메시지 `예술과 자연에 대한 사색`은 개인적 경험에 바탕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자연과 기술, 그리고 문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묻는다.

파트마 카라비이크 바바로소울루는 지금 터키 문단에서 가장 주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와 동명인 여성 작가의 생애를 소재로 한 장편 `파트마 알리예- 먼 나라`가 화제가 되면서, 두 `파트마`가 모두 주목받고 있다. 1862년에서 1936년 사이 생존했던 터키 최초의 여성 작가 파트마 알리예의 불행한 삶을 다룬 이 소설의 일부를 수록하고 평론가 뮈니레 다니쉬가가 파트마 카라비이크 바바로소울루를 소개한다.

또 `돌 거울` 등 6편의 시, `아가페 꽃` 등 4편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도시화와 고독, 보수와 진보의 대립, 근대 기술과 자연 파괴 혹은 복원, 성과 성차별의 문제, 지구화 시대에 더욱 불거지는 인종편견의 문제 등 다양한 공동의 과제를 성찰하는 터키 작가와 시인들의 작품을 맛본다.

이와 함께 `공화국 시기 터키 소설`에서 터키 문학 평론가 외메르 튀르케쉬가 터키 문단의 근현대 흐름을 짚어주었다. 일본인 미술평론가 이나바 마이가 덕수궁에서 전시한 `아시아 리얼리즘전`을 다녀온 소감을 소개했다. `아시아란 무엇인가? - 아시아 리얼리즘전(展)을 보고`,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 이후 볼모로 잡혀갔다 집에 돌아온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이 냉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단편 `라즈완티`, 베트남 시인 쩐아인타이의 `바베 호수`, 일본 시인 쓰지이 다카시의 `흰 소금`을 실었다. 정은경 문학평론가가 `세계화의 물결 앞에서 - 2010 세계작가페스티벌에 다녀와서`를 기고했다.

이 글 외에도 중견 여성 작가 파트마 카라비이크 바바로소울루의 작품 세계를 `볼록 렌즈`를 통해 소개한다. 파트마를 비롯해 이번 호에 수록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시화와 고독, 보수와 진보의 대립, 근대 기술과 자연 파괴 혹은 복원, 성과 성차별의 문제, 지구화 시대에 더욱 불거지는 인종 편견의 문제 등 다양한 공동의 과제를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다.

`자연재해`라는 주제로 눈에 띄는 오스만 샤힌의 단편소설 `우스타흐메트의 쇠`는 지금 우리가 가진 생산력만도 엄청난데 과연 계속해서 지금까지와 같이 무한의 생산력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일야스 할릴의 단편소설 `아가페 꽃`의 디미트라가 믿고 있듯이 그 같은 `새로운` 사고는 또한 우리 모두가 듣고 자라난 `옛날 이야기` 속에 살아 있으며 케말과 파익이 주장하듯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말하는 한국 문학 속 아시아 `한국 문학은 어떻게 아시아를 만나 왔는가`, 2010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이승우의 신작 단편소설 `리모컨이 필요해` 등 한국 작가들의 평론과 소설도 실렸다.

/윤희정기자

계간 `아시아` 2010 겨울 제19호 도서출판 아시아 刊, 352페이지,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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