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선 성탄절을 앞두고 22일 당첨금으로 23억유로(3조5천억원)가 뿌려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권 추첨이 이뤄진다.

카를로스 3세가 국가재정 충당책으로 1763년 시작했던 것이 200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스페인의 독특한 성탄절 전통 행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같은 번호의 복권이 195세트 발행되고, 한 세트는 10개의 낱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 세트를 온전히 사려면 200유로(30만원)가 들기때문에 20유로에 한장씩 사는 경우가 많다.

`뚱보(엘 고르도)`라고 불리는 1등 당첨금은 30만 유로(4억5천만원)이므로 10장 한 세트를 산 사람은 45억원을 받게 된다.

대박의 꿈을 키울 만하지만, 올해는 유럽연합(EU) 국가가운데 최고인 20%의 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대박과 쪽박의 엄혹한 대조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10장으로 된 복권 한 세트를 사려면 200유로(30만원), 낱장으로도 3만원이나 하는 만큼 올해 복권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10% 줄어들었다.

“오늘 일자리를 잃었는데 복권이 당첨되기를”이라고 한 복권 구매자는 복권판매소에 비치된 소원록에 썼다.

“당첨되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구하게 도와주세요. 당첨된다면 정말 감사드리고요”라고 당첨의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황금 마녀`에게 빈 소원도 있다.

올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기 숫자는 11,710이다. 스페인이 2010 월드컵축구대회에서 7월11일 우승한 것을 가리키는 숫자다.

추첨은 1.5t짜리 통 2개에서 뽑힌 숫자를 마드리드의 고아학교인 산 일데폰소 학교 학생들이 엄숙한 성가처럼 노래로 발표하는데 특히 올해는 이 합창단의 절반을 남미 출신 이주 어린이들로 구성했다.

복권 추첨엔 모두 수시간이 걸리며, TV와 라디오가 이를 중계하기 시작하면 스페인 전체가 일손을 놓고 눈과 귀를 기울인다.

스페인의 성탄절 복권은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타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선 물론 멀리 아시아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다.

스페인에선 성탄절 복권 외에도 다양한 복권과 각종 도박이 국민의 사랑을 받아 지난 2007년의 경우 복권 구입과 슬롯머신, 카지노에 쓴 돈이 총 300억 유로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