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 편집국장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0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제시했다.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5년의 대통령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는 싯점에 전국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선정했다.`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냈다`는 뜻이다.

올해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FTA 등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덮는 데만 급급했음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강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21세기 세계 군사·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는 내·외부적으로 유사 이래 가장 큰 격랑의 한해를 보냈다.

오죽했으면, 중국 베이징의 일간지인 신경보(新京報)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올해의 10대 인물에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하면서 이 대통령을 `가장 어렵고 위험한 한 해를 보낸 인물`로 뽑았을까? 천안함 침몰에 이은 `연평도 교전`으로 올해 한반도에는 화약 냄새가 자욱해 이 대통령은 화약통 위에 앉은 대통령이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물론, 북한의 연이은 도발적 만행에 대해 중국정부가 안보리는 물론,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식인들이 즐겨 보는 이 신문의 시각은 곧 중국정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신문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10대 인물중 8위로 선정했다.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걸어서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좌와 우를 논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적 만행과 대북관계 등에서 노정된 숱한 현안들을 접하면서 우리 정치·사회사는 해방직후의 극심했던 좌·우익 상황과 다를 바 없다. 꽃게잡이가 생업이었던 연평도 주민 1천여명이 때아닌 피란생활을 하고 있고, 숱한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산화한 전시상황에서 나는 왜 대학교수들이 `장두노미`를 4자성어로 선정했는지 오히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일본은 주적개념을 종전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변경했다. 세계경제의 블랙홀이라고 평가했듯이 중국은 위험한 나라다. 그것은 경제대국으로의 급부상이란 측면을 너머 이념과 군사력 측면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잠재된 폭약이다. 한반도 역사상 중국의 침탈에 우리민족은 수없는 유린을 당해왔다. 그런 중국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어떤 이는 중국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비판했다”고 국감장에서 밝혔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의 현대정치사는 대통령의 임기말이면 이른바 심각한 레임덕이 발생해 왔다. 절름발이 오리 신세가 되길 진정 원하는 부류들이 우리의 일부 정치꾼들이다. 흔들고 뒤집어놔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참으로 유아적인 발상이 이 냉엄한 국제질서속에서도 여전히 박멸되지 않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리군의 연평도 포사격 당일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이 우리를 넘보는 것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다. 우리가 국방력이 아무리 강하고 우월해도 국론이 분열되면 상대(북한)는 그걸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임기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대통령의 인기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부류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국민들의 염원이다. 평화통일은 민족의 간절한 소망이다. 하지만 평화는 서로의 철학과 상식이 엇비슷해야 유지된다.

새해는 희망이다. 하지만 소망을 담은 새해 일출을 보기 전에 우리는 냉철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 반성에는 현정부는 물론, 그 정부에 소탐대실의 총부리를 겨눠왔던 야당도 마찬가지이며 험난했던 한해를 살아왔던 우리 소시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망양지탄(望洋之歎),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감탄한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를 꼽은 숱한 청년실업자들의 소망이 바로 대다수 국민들의 올해 애환이자 새해 희망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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