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피란델로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문학과 지성사 刊, 1만2천원

“나 정말 너무 살고 싶었는데, 이게 진짜 살고 있는 것 맞소?”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문학과 지성사 간)는 193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루이지 필란델로의 대표작으로 국내 처음으로 번역된 소설이다.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 미라뇨에서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이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무지한 시골환경에서 성장한 마티아 파스칼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휘말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장모의 미움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활기없는 생활을 하던 마티아 파스칼에게 마침내 거울속의 자신을 들여다볼 계기가 마련된다. 이 순간부터 주인공은 자아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고 자신을 덮친 모든 불행과 고통을 웃어넘기는 버릇을 갖게 되는데 과연 웃음이란,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작가 루이지 필란델로는 마티아 파스칼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소설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사사로운 줄거리나 당대의 시공간을 넘어선 인간이라는 본질 자체에 깊숙히 탐구하고자 했다. 실제로 역경이 많은 삶을 살았던 작가는 상실과 소외가 불가피한 현대문명에 참된 자아를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독자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의미가 확립되지 않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 자체로 소설 그 이상의 의문과 울림을 느끼게 한다. 너무나 자기자신으로 살고 싶었으나 결코 자기자신과 만날 수 없었던 주인공의 비극적 상황을 희극적으로 풀어냈다. 1904년 문학지`누오바 안톨로지아`지에 연재됐다가 같은 해에 단행본으로 출판됐고 발표되자마자 이내 큰 성공을 거두며 독자와 비평가들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정과 손질을 거쳐 재간행됐다.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라고 자신의 예술론을 설명한 바 있는 피란델로. 그는 틀에 얽매일 수 없는 인간 존재, 역시 틀에 얽매일 수 없는 문학적 형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했다. 이 소설은 특히나 참된 `자기 자신`과 결코 만나지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 모순이 잘 형상화된 작품으로, 웃음과 눈물 사이의 팽창한 긴장과 카타르시스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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