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문경경찰서 청문감사관
영화속에 등장하는 경찰은 많이 뒤틀려져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고 부정에 개입하거나 인권을 무시하는 일도 태연하게 저지른다.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모습도 쉽게 보인다.

공권력을 개인의 치부 수단으로 삼거나 출세를 위한 도구로도 스스럼없이 이용한다.

`부당거래`에서는 범인을 조작하고, `육혈포강도`에서는 은행강도단을 꾸리며 권총까지 건네준다.

범인을 잡겠다고 수사를 하는 척 하다 결국 범인과 한통속이 돼 도둑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찰대 출신이 주연이며 이중삼중으로 얽힌 복잡한 사생활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주홍글씨`)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기는 하지만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며 막무가내로 피의자들을 윽박지르며 인권마져 유린하는 모습을 영웅처럼 포장했다.(`공공의 적`)

영화는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인물이나 상황을 과장할 수도 있다.

특정 이미지가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경찰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선입관이나 평균적인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하고 허탈하다.

평상시 지인들이 “요즘도 경찰이 저러냐”고 물어 올때면 정말로 난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영화속의 그런 모습은 단언컨대 대한민국 경찰의 진면목이 아니다.

우리나라 10만 경찰관의 대부분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예방업무에서 질서와 안전을 유지해야하는 경비업무까지, 피켓과 구호가 난무하거나 때로는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시위현장에서도 경찰은 맡은바 임무를 다한다.

바다의 질서를 지키는 일도 경찰이 감당하는 일이다.

국가적인 행사가 있거나 긴급한 사안이 생기면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사건 해결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까지 던져버려야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경찰의 업무능력이나 수사역량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연수를 오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지에 파견되는 일도 자주 있다.

경찰관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수호자이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법을 집행하는 현장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순순히 응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다른 위반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서 왜 나만 당해야 하느냐며 버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고성방가하며 소란행위 하는 일도 일상처럼 벌어진다.

혹시라도 엄격하게 이를 제압하려하면 민주경찰이 권한을 남용한다느니 인권을 침해한다느니하며 시비를 벌인다.

불법, 폭력시위를 단속하면 경찰이 피해를 입고도 오히려 과잉진압의 오명을 감수하며 경찰이 책임을 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규정과 절차에 맞게 소신껏 일하겠다는 다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공정사회는 법과 질서를 제대로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엄격한 집행으로 차별과 억울함이 없어야 법이 존중받고 사회의 기강도 바로 설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제 1선에 있고 국민들과 가장 실제적으로 접촉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경찰을 이유없이 무시하고 주눅들게 만드는 것은 결국 법의 정당성과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 속 경찰이 당당하고 정의롭게 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법을 신뢰하고 경찰관을 존중하는 국민의 시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찰을 당당하고 용감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 성원과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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