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도 양주와 연천에 이어 파주에까지 번졌다. 당국이 애써 쳐놓은 방역망이 허망하게 뚫린 것이다. 방역망을 빈틈없이 구축해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당국의 공언은 빈말이 되고 만 셈이다. 이제 구제역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이 경북지역을 벗어날까 봐 노심초사하던 방역 당국으로서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구제역 추가 확산을 막겠다며 위기경보 수준을 높이는 등 방역체제를 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보름이 넘도록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구제역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은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이 경기도내 다른 지역으로 번지거나 도계(道界)를 넘어 확산하면 이번 구제역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방역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경기도내 다른 곳에서는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도 지난 14일 이후 의심 신고는 간헐적으로 들어오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안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구제역에 따른 가축 살처분 규모는 사상 최대라고 한다. 15일까지 살처분된 가축만도 17만마리에 육박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2년의 16만마리를 이미 넘어섰다. 지금으로서는 살처분이 그나마 효과적인 확산 차단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에 일단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뿐 아니라 인근 농가의 가축을 살처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을 예방하려면 가축소유자의 외국여행 후 입국신고와 소독 의무 등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오래전부터 하소연해왔다. 이 법 개정안은 지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정부는 서둘러 통과시켜달라며 읍소하고 있으나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의 현주소를 보면 요원한 일인 듯하다. 농장주 등도 구제역 방역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살처분을 이행하지 않거나 구제역이 의심되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방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 후유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구제역 확산을 저지하는 데 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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