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날아왔다

사람은 내 안에서조차 가버렸는데

버릇처럼 또 창문을 열었구나

어리석음이여

속살이 아리도록 눈부신 햇살도

毁折(훼절)한 세월도

이 아침을 맞아 그대로 살건만

내 어느 구석 탐욕처럼 살아있는

케케묵은 그리움 하나

나는 아랑곳없이

제 늙은 목만 길게 뺀다

`당몰샘`(2001)

“속살이 아리도록 눈부신 햇살도 훼절한 세월도 이 아침을 맞아 그대로 살건만” , 나도 그런 듯 주춤주춤 살아지건만 떠난 사람, 견디지 못하고 떠난 사람, 그 순수의 실체가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몰아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무친 그리움, 이미 시인은 자신의 육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리움의 서정으로 육신을 재조직화하며 살아가고 있는건지 모른다. 그리움, 그 순수한 무엇이 우리를 얼마나 질기게 붙들고 있는가 느껴봄직한 시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