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붕어빵집 아이는 길에서 큰다

갓난아이 적엔

패랭이꽃만한 양산 그늘에서 한여름을 나기도 하고

겨울에는 엄마 등에서 행인들과 눈을 맞추더니

어느새 걸음마를 익혀 요즘은 걸어다닌다

땅이 꺼질까 봐 그러는지 조심조심 걷는다

처음에는 멀리 못 가게

리어카 손잡이에 매놓은 줄을 따라

송아지처럼 빙빙 돌며 놀더니

다리에 힘이 오르고 세상을 조금씩 알고부터는

엄마 눈고삐 닿는 데까지지만

제법 먼 데까지 진출을 한다

그 뒤로 붕어들이 무리지어 따라다닌다

우리 동네 붕어빵집 아이는 힘이세다

시인이 전개해가는 풍경 속으로 같이 따라가다보면 한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점상의 한 아이의 성장을 따스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곱다. 희망이 있다. 아이 속으로 여물어 드는 힘과 세상을 향한 걸음마를 익혀, 걷기 시작하는 아이의 성장 속에서 우리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깨끗한 희망 한 자락을 본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