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포항지청 뒤편 텃밭에 직원들 손으로 세워

딱딱하기만 한 검찰청 청사 내에 과수원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원두막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청사 뒤편 텃밭에는 굵은 나무에 칠을 해 광이 나는 지지대와 볏짚으로 만들어진 지붕으로 된 원두막이 설치돼 있다.

이 원두막은 텃밭 가꾸기가 취미이자 특기라고 자처하는 송인택 지청장이 주도했다.

송 지청장은 지난해 8월 부임하면서 포항지청 텃밭을 체계적으로 바꿨다.

버려진 땅을 개간해 텃밭을 661㎡(200평)로 넓혔고, 배추와 알타리 무 씨를 뿌린 뒤 정성스레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중순께 직원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텃밭이 넓어지면서 밭에 원두막이 하나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송 지청장 역시 신선한 제안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11월부터 직원들은 본격적으로 원두막 건립에 나섰다.

전문적인 기술도 없었고, 건물을 지어본 경험자도 없어 백지에서 시작했다.

손재주가 있는 직원들이 주축이 돼 설계 도안을 만들었고, 원두막의 주 재료인 나무는 텃밭 인근 야산에 간벌작업을 통해 얻은 참나무를 이용했다. 톱과 망치 등 각종 공구는 직원들의 인맥을 이용해 손수 빌려 사용했다.

점심, 저녁시간 틈틈이 머리를 맞대 원두막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주말도 반납한 채 지청에 나와 원두막에 매달려야 했다.

한 달간의 시간을 연구하고 몰두한 끝에 드디어 작품이 탄생했다.

원두막 제작에 참가한 전도환(44) 실무관은 “처음 하는 일이라 주먹구구식으로 시작해 처음에 잘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면서도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원두막을 만들고 보니 여기저기서 잘 지었다는 말을 많이 해 뿌듯하다. 원두막이 포항지청의 명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인택 지청장은 “검찰청 하면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원두막이 텃밭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쉴 수 있는 쉼터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편히 쉴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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