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 비리 영향은 기우 … 성금 내미는 온정손길 줄이어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지난 11일 오후 2시 포항 시내 국민은행 네거리에는 `땡그랑, 땡그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항시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인 이곳에 구세군 포항교회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김현위(51) 담임사관, 배현숙(48·여) 사관과 함께 붉은색 점퍼에 구리로 된 묵직한 종을 들고 모금에 나섰다.

수줍은 소녀의 고사리손서…

주저않고 열리는 지갑에서…

식지않은 기부인심 느껴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차량 이동도 많은 곳이어서 목소리가 차량 경적소리에 묻혔다.

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청소년들도 애써 자선냄비를 외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더욱 큰 목소리로 이웃돕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한 소녀가 냄비 앞으로 뛰어와 부끄러운 듯 지폐를 넣고 뒷걸음질 쳤다.

한효은(11)양은 “구세군 자선냄비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해 모금했다”고 수줍은 듯 말했다.

최근 공동모금회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구세군 자선냄비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선냄비 주변에는 기부금을 넣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자마자 지갑을 연 이귀남(36·여)씨는 “공동모금회 비리가 실망스럽지만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과 함께 사랑을 전달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김현위 담임사관은 “누군가를 돕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몇 백원, 몇 천원도 이웃들에게는 큰 사랑이 된다”면서 “냄비를 열어 보면 1천원 짜리가 가장 많은데, 이는 시민들의 작은 정성과 마음이 모여 큰 힘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현숙(48·여) 사관은 “간혹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고 술에 취해 `나도 힘드니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고령의 어르신이 어렵게 모은 돈을 자선냄비에 넣고 가실 때나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자선냄비를 찾을때 감동을 느낀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이어진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의 2시간 체험이 끝날 때 쯤, 국민은행 앞 구세군 자선냄비는 시민들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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