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을 지닌 이

진검 그것 외엔 가진 거 없는 이는

좀체 칼을 뽑지 않는다

한 남자와 한 여자도

사랑한다는 마음의 진검을

평생 동안 아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날에 서로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중년이후의 부부 사이에 `사랑한다`라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뭔가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리 표현하지 않아도 은근하고 깊은 사랑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리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가슴에 칼 하나씩 품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예리하게 벼르기도 하고 무딘 칼날을 일생동안 그냥 품고 살다 칼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숨을 놓기도 한다. 그 칼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의 진검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은밀히 빛나는 보검일 것이다. 평생 동안 비록 그 칼을 써보지 못한다할지라도(평생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표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영원히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칼이며 사랑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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