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열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교수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인구는 올해 초를 기준으로 2천500만명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성인이라면 모두다 운전면허증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80년대 말부터 불어 닥친 `My car` 열풍은 오늘까지 1천7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도로 위에 달리게 했고,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을 가지게 되면서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 5위란 자랑스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야말로 자동차에 있어서 이제 우리 한국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랑스런 자동차 국가가 된 우리나라의 운전환경은 어떤가?

내가 알던 미국인 친구 하나는 한국에서는 도무지 자동차를 운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유인즉슨,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목숨을 걸고 운전을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감히 자동차를 몰고 나갔다가는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문화를 보고 혀를 내두르는 그 친구에게 난 도로가 좁고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되도록 좋게 이야기해 주었지만,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나조차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종종 외국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 스스로도 수많은 사고와 정체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교통 환경에 대해서 도로가 좁다느니, 차량 보유 대수가 많다느니 하는 여러 가지 핑계들로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 인당 보유 대수, 도로당 차량 숫자의 증가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가깝게는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의 도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실정이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처럼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쩔쩔매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운전자들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수준의 차이일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130km/h로 달려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반해, 100km/h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자동차 속도를 보면서 너무 과속을 하고 있다거나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생각들을 교통심리학에서는 `위험감수성`이라고 이야기 한다. 즉, 위험에 대해서 운전자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이다. 교통안전에 대해서 민감하고 작은 위험까지도 제거하고자 하는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은 너무나 둔감하고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위험한 장난을 하면서도 천진난만하고 태연한 아이들에 비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어른들은 가슴을 졸이게 되는데 이것이 아마도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어린아이와 같다는 자학이나 멸시가 아니다. 당장 우리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 기억해 보자. 단지 기능시험, 도로주행에서 감점 없이 합격하는 법만을 배우고 익히며 그야말로 운전기능에만 집중된 교육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일반 사설 운전학원이나 우리나라의 여러 교통안전교육 기관들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둔감한 `위험감수성`을 좀 더 예민하고 어른스럽게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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