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열두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깍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 돌을 주워다가

국화밭에 놓아두곤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

`80소년 떠돌이의 시`(1997)

유년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시인의 고백은 참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산에서 주워온 그 산돌을 지금도 날마다 물을 주어 기르고 있다는 표현은 미소를 머금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미당의 이 시는 모티브가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이지만 그 선생님은 바로 그가 평생을 헌신해 왔던 문학이며 그 문학에 대한 열정이다. 평생을 물주어 길러온 그 산돌은 바로 그가 혼신의 열정을 바쳐 써온 문학작품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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