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희포항여성회장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이 지구상에 냉전체제는 그 발을 붙일 곳이 없어지리라 예측했으며, 이는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주요한 기회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일게 했었다. 그러나, 냉전 체제가 해소된 지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념과 체제를 이유로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 그 화근이 그리고 그 아픔이 느낌과 감성으로서가 아닌 실재하는 위협으로 우리의 일상을 옥죄고 있음을 연평도는 피로써 증명하고 있다.

북측의 연평도 도발 사건 이후 청와대와 국회,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일고 있는 호전적인 반응을 지켜보자니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공습경보훈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응사격, 적의 미사일기지 타격, 강력한 응징~” 연평도 도발 당시 대응하지 못했던 군과 정부가 뒷북 치듯 내놓는 대응책과 말폭탄을 놓고만 본다면 이미 한반도는 전쟁 상태인 것만 같다. 과연 하루 아침에 터전을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들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리고 남겨진 우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인지를 숙고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인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북이 도발했을 때 서울을 사수하고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내각과 함께 한강다리를 건넌 뒤에 남은 시민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강다리를 폭파한 후 유유히 부산으로 도망쳤다. 전쟁이 나면 며칠 안에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 호언장담하던 그가 그렇게 시민들을 적들에게 고스란히 내어준 채 꽁지 빠지게 도망쳤던 것이다.

우리 역사의 장면 중에 이민족의 침략을 비롯한 동족간의 전쟁으로 국토가 유린되었던 경험이 수도 없이 많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경험 중에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백성 혹은 시민의 안녕과 안전을 먼저 지켜주었던 예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음을 우리는 또한 알고 있다.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진 자와 그들의 권신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도주하기에 바빴으며 남은 백성들 혹은 시민들만이 침략한 이들과 처절하게 싸워 피로써 이 땅을 지켜내었던 것을 우리는 가까운 한국전쟁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때문에 평범함 삶을 살아가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비해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시민들은 전쟁을 통한 공멸보다는 지속가능한 평화 관리에 힘쓸 것을 바라는 것이다. 전쟁은 힘없는 시민들 특별히 여성들과 아동,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연평도 도발 사건이 서울과 수도권을 향하는 일이 요원하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북측의 전투력은 방증해 주고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과이다.

나는 내 강토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반대한다. 불과 60년 전 우리는 우리의 강토를 초토화시켰던 전쟁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 와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포이다. 하물며 이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 정부와 몇몇 국회의원들의 호전적 반응은 가히 공포 그 자체이다. 한반도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은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의 일상을 지켜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쟁을 부추기는 이들은 역사 앞에 당당한가를 반추해보길 바란다. 남과 북의 권력 가진 이들은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 관리가 아닌 평화를 관리할 책임이 있음이다. 남측의 무고한 시민들을 향했던 공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함은 물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평화로운 대응책을 정부는 섬세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폭력의 극단적인 발현인 전쟁의 광기가 이 땅에서 재현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텅 빈 연평도가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부디 위정자들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에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끝으로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귀한 목숨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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