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코리아 차기위원장
우리에게 천원은 시내버스조차 탈 수 없는 적은 돈이다. 이 돈을 기부를 한다고 가정하자. 아프리카의 내전지역 어린이 10명이 한 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 1달러면 네팔에서는 한 가족이 마실 우유를 살 수 있으며 우리 돈 만원이면 아시아· 아프리카 난민 160명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는 큰돈이다.

미화 100달러면 탄자니아와 잠비아 어린이들이 꼭 필요한 모기장 50개를, 천 달러면 흙탕물을 마시는 아시아·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줄 큰돈이다.

세계는 지금 6초마다 어린이 한명이 숨진다. 아프리카는 15억명이 살지만 세계의 빈곤 70%를 갖고 사는 가난한 땅이다.

지난해 1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에서 1%쯤 남아 인류를 괴롭히는 소아마비 100%박멸을 위해 3억5천5백만 달러를 들고 국제로타리를 찾은 `빌 게이츠`는 “나눌 수 있는 것부터가 특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빌은 2008년 은퇴 이후 부부의 이름을 딴 `빌 앤드 멜린다`자선재단 운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워렌 버핏은 그런 빌 게이츠를 신뢰하고 큰돈을 선뜻 맡겼다. 미국의 부자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던지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다.

철강왕 카네기는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은 사람처럼 치욕적인 인생은 없다”고 생전에 늘 말했다. 1901년 은퇴한 카네기는 교육· 문화 분야 발전을 위해 3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는데 당시 일본의 국가 예산이 1억3천달러이었으니 그 돈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카네기가 1919년 죽었을 때 그의 통장엔 2천5백달러뿐이었다.

석유왕 록펠러도 손꼽히는 자선가다. 한때나마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런 인물`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만큼 부를 쌓는데 전념했었다.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55살부터 자선사업에 뛰어들어 5억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등 `위대한 자선가`로 미국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게 됐다.

CNN의 설립자인 테드 터너가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하자 당시 부인이었던 제인 폰더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부자들이 빈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필요한 기부나 예술가의 후원활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 시대가 낳은 미켈란젤로는 14~17세기까지 300년간 교황이나 왕비를 배출한 이탈리아의 메디치가(家)의 후원이 없었으면 세기적인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없었다.

여산여수(如山如水)의 삶이다. 경주 교동 남천의 물가에서 남산을 휘둘러보면 천년고도의 풍광이 이 보다 좋은 곳이 없다. 1700년께 건립된 최부잣집 99칸 고택이 있고 1970년 불탄 사랑채도 2006년 예산 5억3천만원을 들여 원래대로 지어 졌다. 최부자가는 1대 최진립(崔震立· 1568~1636)부터 12대 최준(崔浚· 1884~1970)까지 12대를 가리킨다. 통상 300년을 내려온 만석재산은 1947년 최준이 전 재산을 털어 인재 양성을 위해 대구대학(영남대학교)을 세우면서 막을 내렸다. 그 이후에도 명가의 후손다운 처신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70년대 뒤늦게 관광경제에 눈뜬 박정희대통령으로 인해 사적지가 정비되고 불국사가 복원되는 등 경주개발이 한창일 때다.

선대에 희사는 하고 땅문서를 정리하지 않았던 토지 가운데 이전이 되지 않았던 건들을 두고 후손들 간에 법정시비가 숱했다던 시기였지만 당시 최부자집 주손은 선대가 허락했던 일은 후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거리낌 없이 도장을 찍어 주었다. 아직도 조부, 증조부 등 윗대에서 결정했지만 서류 정리가 되지 않은 땅들을 두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건이 있는걸 보면 경주 최부잣집은 만석살림을 이루고 가훈을 실천한 윗대도 대단하지만 후대를 살아가는 주손의 마음은 더 아름답다.

재물은 뜬 구름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가 없고 골고루 뿌리면 거름이 된다. 세밑 도움을 기다리는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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