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아프면 큰일 납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아프려면 주말을 피해야 합니다”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지역 병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최근 지역 대형병원 전공의 모집결과 이른바 `의료3D 기피 현상<관련기사 7면>`이 발생했는가 하면 응급실을 전전하던 네살배기 유아가 `장중첩증`이라는 질병을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등 지역 진료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대구 달서구 조모(4·여)양은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1일 복통 증세로 대구지역 대학병원 2곳을 헤매다 한 개인병원에서 장중첩증으로 위급하단 진단을 받았고 또다시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구미까지 갔다가 이튿날 새벽 치료 도중 숨졌다.

이 과정에서 조양의 부모는 직접 찾아간 대학병원 2곳 외에 다른 대학병원 2곳, 종합 병원 1곳 등 모두 3곳에 전화해 딸의 증세를 호소했지만 이들 병원으로부터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와 함께 다른 병원을 알아볼 것을 권유받는데 불과했다.

대형병원 외과 과장을 지낸 전문의 출신 김모(47)의사는“조양이 단순한 장중첩증이라면 대학병원에서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휴일이라도 응급 상황이 생기면 당직 의사가 해당 의료진에게 긴급 연락을 통해 조치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대학병원의 소아과 의료진인 모 교수(42)는“이번에 전공의 모집결과 소아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 등은 이른바 `3D 진료과목`에 속해 앞으로 몇년안에 의료진 부족이 심각할 것”이라면서 “의료계도 이젠 벌이가 안되는 진료과목에 포함돼 소아과 등 기피 진료과목 레지던트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뒤 의료분야 인재들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많이 유출돼 지방 병원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양의 아버지(34)는“메디시티, 첨단의료복합단지, 의료관광을 내세우는 대구에서 아이를 봐줄 병원 하나 찾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대구에서 진료할 병원을 찾아 헤맬 줄 알았으면 그 시간에 차라리 서울로 갔어야 했다”고 울먹였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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